김단고의 생존일지
사업 머리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유튜브 깔때기로 기를 수 있습니다
2026.09.13

솔로프러너, 1인 사업가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는데도 여전히 ‘사업’이라는 단어를 무겁게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말, 한 번쯤 해 보셨거나 들어 보셨을 겁니다.
“나는 사업 머리가 없으니까 그냥 얌전히 회사 다녀야지.” “사업은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저도 예전에는 돈이든 학벌이든 인맥이든 아이디어든, 뭔가 확실하게 가진 사람만 사업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8개월 동안 유튜브를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업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본질적인 개념을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유튜브였습니다. 이 글은 조회수나 구독자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업 머리’라고 부르는 파는 감각을 훈련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늘 남이 만든 깔때기를 통과하며 삽니다
먼저 머릿속에 그림을 하나 그려 보겠습니다. 인터넷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우리는 진열된 물건 중 몇 개를 집어 자세히 보고, 비교하고, 살지 말지 결정합니다. 취업도 비슷합니다. 이력서를 백 장 넣으면 그중 몇 곳이 서류를 통과하고, 몇 곳에서 면접을 보고, 몇 곳에 합격합니다.
위에 큰 모수가 있고, 단계를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깔때기 모양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이 역삼각형을 ‘마케팅 퍼널’이라고 부르는데, 용어는 중요하지 않으니 여기서는 깔때기라고 부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겪는 일 대부분이 이 깔때기로 설명됩니다. 입시와 취업은 물론이고,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도 어느 동네, 어느 식당, 어떤 메뉴로 좁혀 갑니다. 소개팅 앱도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깔때기를 직접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깔때기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디였는지입니다. 대부분은 깔때기 안으로 들어가는 쪽에서 삽니다. 걸러지든 끝까지 가든, 늘 다른 사람이나 시스템이 만들어 둔 깔때기를 통과하는 쪽입니다.
그게 깔때기라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직접 깔때기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드뭅니다. 그런데 내 사업을 만드는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 깔때기를 직접 만든다는 뜻입니다. 사업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깔때기가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더라도 어떻게 구성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누구에게나 공짜 깔때기를 줍니다
그 깔때기를 뚝딱 만들어서 누구나 바로 써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유튜브입니다. 영상을 올리면 유튜브가 알아서 썸네일을 노출해 줍니다. 그중 몇 명이 클릭했는지, 몇 명이 얼마나 봤는지, 몇 명이 구독했는지가 숫자로 나옵니다.
아주 직관적인 기본 깔때기를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만들어 주는 플랫폼인 셈입니다. 덕분에 사업을 해 본 적이 없어도 누구나 자기만의 깔때기를 하나씩 갖게 됐습니다. 여기 뜨는 숫자를 보며 깔때기를 키워 나가는 일을 내 사업의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하면, 이만큼 확실한 교과서가 없습니다.
단계가 나뉘어 있으니 문제를 나눠 풀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노출이 많이 안 됐다면 소재를 바꿔 봅니다.
- 노출은 됐는데 클릭이 안 됐다면 썸네일과 제목을 고칩니다.
- 클릭은 했는데 금방 나갔다면 대본을 바꿉니다.
- 끝까지 봤는데 구독을 안 한다면 구독할 이유를 만듭니다.
깔때기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애초에 무엇이 문제인지도 막막했을 겁니다. 하지만 단계별로 나뉜 깔때기가 있으면 어떤 문제를 먼저 해결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1인 사업가를 꿈꾸는 분께 유튜브를 권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입니다. 문제를 나눠서 접근하는 훈련이 되고, ‘나라는 상품을 어느 쪽으로 개선할 것인가’ 하는 큰 방향도 이 깔때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제 채널의 실제 숫자를 놓고 보겠습니다
최근 5주 동안 제 채널의 데이터는 이랬습니다.
- 노출수 약 35만 회, 클릭률 5.3%
- 조회수 18,550회
- 조회수 1회당 약 3원, 조회수 수익 55,650원
보통 조회수 1회당 2~3원 정도를 버는데, 제 채널은 교육과 AI 이야기가 섞여 있어 넉넉하게 3원 정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영상 하나를 만드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매주 기획하고, 찍고, 편집하는 일을 한 달 넘게 했는데 월급이 5만 원 남짓인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에이, 조금 주네’ 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키울 궁리를 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돈을 더 벌고 싶다는 게 아니라, ‘지금 깔때기 규모에서 이 정도 수익이 나니 깔때기를 더 크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깔때기의 위쪽을 키울지, 아래쪽을 키울지에 따라 콘텐츠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깔때기 위쪽을 키우면 대중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깔때기 위쪽을 키운다는 것은 노출과 클릭을 넓혀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수익의 앞자리가 바뀔 만큼 노출을 10배, 20배로 키운다는 것은 지금처럼 하면서 조회수가 잘 나오길 바라는 수준이 아닙니다. 애초에 주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조회수 파이가 큰 시장으로 가서 대중적인 조회수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에는 그 시기의 화젯거리나 사람들이 더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다뤄야 합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필요하거나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분께 잘 맞는 방향입니다.
저도 전 직장에서 기업 채널을 맡았을 때는 늘 깔때기 상단을 키우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제 이야기를 하려니 도저히 맞지 않았습니다. 성격도 아싸에 가까워서, 저는 반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깔때기 아래쪽을 키우면 객단가가 올라갑니다
위쪽을 키울 때 넓은 이야기를 했다면, 아래쪽을 키울 때는 그만큼 뾰족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께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냥 ‘브랜딩 때문’이라고 하면 뜬구름 같으니, 노골적으로 숫자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매출은 객수 × 객단가입니다. 몇 명이 얼마를 쓰느냐입니다. 위쪽에서 넓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노출과 클릭, 즉 객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아래쪽에서 뾰족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조회수 1회당 가치, 즉 객단가를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뾰족한 이야기를 한다고 조회수당 3원이 저절로 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객단가를 올린다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한다는 뜻입니다. 특정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상품을 사게 하려면 아무에게나 하는 말보다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보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대신 사는 사람의 비율이 올라가니 조회수 1회당 얻는 수익이 커집니다.
다시 말해 깔때기 아래쪽을 키운다는 것은 기본 깔때기 밑에 사람들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하나 더 붙인다는 뜻입니다.
조회수 1회당 3원이 43원이 됐습니다
제가 지금 딱 이런 경우입니다. 얼마 전 처음으로 저를 파는 상품을 하나 만들었고, 영상과 고정 댓글에 사전 예약 안내를 걸었습니다. 기본 깔때기 밑에 하나를 붙인 것입니다. 심사를 거쳐 판매가 시작됐고, 열흘 동안 74만 원의 매출이 났습니다. 사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매출을 조회수 수익에 녹여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조회수 1회당 43원씩 번 셈입니다. 3원이던 것이 14배 정도 오른 것입니다.
다만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 맥락 없이 상품을 ‘짠’ 하고 내놓는다고 팔리지는 않습니다. 제가 채널에서 배달과 이혼 이야기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 노하우 책을 내놓았다면 지금 같은 역할을 했을까요? 꽤 뜬금없었을 겁니다. 깔때기 아래에서 하는 뾰족한 이야기는 특정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평소에 나를 상품으로 팔 수 있게 만드는 맥락과 당위성을 쌓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브랜딩과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라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위와 아래, 둘 다 어렵고 둘 다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유튜브로 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 것이 목표라고 할 때 깔때기 위쪽으로 간다는 것은 100만 명에게서 1원씩 받겠다는 것이고, 아래쪽으로 간다는 것은 100명에게 1만 원씩 팔겠다는 것입니다.
- 노출과 클릭을 넓힌다
- 조회수 파이가 큰 시장, 대중적인 화제
- 관심을 즐기는 끼가 있다면 잘 맞는다
- 특정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뾰족한 이야기
- 기본 깔때기 밑에 상품·서비스를 붙인다
- 제 경우 조회수 1회당 3원 → 약 43원
어느 쪽이 더 쉬운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둘 다 똑같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비즈니스가 성장하려면 결국 깔때기 위아래를 모두 신경 써야 합니다. 어떤 영상은 위쪽을, 어떤 영상은 아래쪽을 향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비율을 염두에 두고 얼마나 의도적으로 조절하느냐입니다. 이걸 모른 채 조회수가 잘 나오는 쪽만 따라가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다 보면, 내 의지대로 한 것 같은데도 결과적으로 콘텐츠와 브랜드는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깔때기를 하나 만들어 두고, 지금 어디를 개선할지, 위를 팔지 아래를 팔지 직접 조절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나를 파는 깔때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사업 머리는 깔때기를 다루는 연습에서 생깁니다
마케팅이나 사업 직군에서 일해 본 분이라면 당연하게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닙니다. 자기 경력이나 가치를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야 할 때 가장 걸리는 부분은 ‘판다’는 행위를 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런 경력을 다시 쌓을 수도 없습니다. 그 훈련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바로 해 볼 수 있는 곳이 유튜브였습니다.
깔때기를 하나 그려 놓고 어디서 새는지, 어디를 키워야 하는지 조절하는 연습 자체가 사업 머리였습니다.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업을 만들어 키워 나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특별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팔아 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
저도 얼마 전까지는 이것을 일하면서 얻은 간접 경험으로만, 머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를 파는 상점을 열고, 지금 이 글처럼 끝까지 읽게 만드는 대본 쓰는 법을 담은 전자책을 내놓고, 그걸 누군가 실제로 사 주는 경험을 하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돈을 주고받은 만큼 그에 맞는 값어치와 책임이 생겼고, 전자책이 매달 이렇게 팔린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동안 숨고를 통해서만 하던 1:1 레슨과 컨설팅을 최근에는 구독자분들의 요청으로 몇 분과 하게 됐는데, 이게 무척 재미있어서 관련 상품도 본격적으로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배달을 하지 않고 나를 팔아서 살아남으려면 한순간도 멈춰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도 무척 즐겁습니다. 지금 사업이 막막하다면, 유튜브라는 공짜 깔때기부터 하나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2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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