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유튜브 브랜딩 방향을 못 잡겠다면,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부터 정하세요
2026.09.06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대를 꽤 앞서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시작은 못 하고 있더라도,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자기 미디어와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걸 알면서 왜 시작을 못 할까요? 저도 오랫동안 막연히 추측만 했는데, 최근 컨설팅을 하면서 답을 알게 됐습니다. 10명 중 8명이 같은 지점에서 막혀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막힌 곳을 뚫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0명 중 8명이 막힌 질문
최근까지 제가 브랜드 컨설팅이나 콘텐츠 레슨을 진행한 분은 열 분입니다. 그중 여덟 분이 똑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유튜브에서 제 이야기로 브랜딩을 하고 싶은데, 저라는 브랜드의 방향을 못 찾겠어요.”
목표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나의 어떤 모습을 어떻게 보여 줄지, 어디서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지, 즉 ‘나라는 캐릭터’의 방향을 잡지 못해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고민이 없던 두 분의 공통점
나머지 두 분은 왜 이 고민이 없었을까요? 두 분은 ‘사’ 자로 끝나는 전문직이었습니다.
전문직은 당장 꺼내서 팔 수 있는 가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자기 콘텐츠와 비즈니스 퍼널이 이미 갖춰져 있는 셈이라, 상담에서도 ‘무엇을 할지’보다 ‘어떻게 할지’를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반면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거나 다녔던 여덟 분에게는 그런 퍼널이 없습니다. 자기 안에서 꺼낼 것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바로 거기서 막힙니다. 검색해 보면 “좋아하는 걸 하라”,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조언이 나오지만, 그 말에서부터 막힌다고들 하십니다.
‘좋아하는 것’에서 답이 안 나오는 이유
사실 저도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잘 모릅니다. 이게 정말 좋아하는 건지, 남들이 좋다니까 휩쓸린 건지 스스로 의심할 때도 많습니다.
아직 안 해 본 것이 이렇게 많은데, 진짜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나에게 없는 답을 나에게서 꺼내려 하니 나올 리가 없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알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이 평생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걸 찾을 때까지 유튜브를 미룰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브랜드의 방향을 생각하면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질문을 뒤집었고, 그게 브랜드의 결을 잡는 데 아주 쉽고 중요한 힌트가 됐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대답이 바로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회”, “매운 거”처럼 범위가 넓습니다. 그런데 싫어하거나 못 먹는 음식을 물으면 사람마다 꽤 구체적입니다. “오이 못 먹어”, “개불 싫어”, “흐물흐물한 가지는 싫어.”
- “회 좋아해”
- “매운 거 좋아해”
- “음… 다 잘 먹어”
- “오이 못 먹어”
- “개불 싫어”
- “흐물흐물한 가지는 싫어”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떠올리는 게 훨씬 빠릅니다. 이 원리를 음식 취향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체크리스트를, 살면서 계속 채워 나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 체크리스트의 몇 줄
저도 유튜브를 시작하고 사업으로 키워 가면서, 싫은 것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적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조급함을 자극하는 썸네일과 화법. “지금 이걸 아는 사람만 조용히 돈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99%는 이걸 몰라서 망합니다!”처럼 너만 빼고 다 하고 있다는 식의 말입니다.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저는 못 하겠습니다.
- 남의 창작물을 짜깁기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 드라마나 영화를 짜깁기해 숏폼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의뢰가 있었는데, 도둑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같아 거절했습니다.
- 과장된 부업 강의를 돕는 일. 보수가 상당한 강의 사이트 컨설팅 의뢰도 있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하루 10분 일하고 월 천만 원” 같은 문구가 걸린 부업 강의 사이트였고, 이것도 못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돈이 없을 때 지키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솔직히 이 의뢰들을 다 받았다면 그달 수입이 꽤 늘었을 겁니다. 먹고살 만했다면 이런 태도를 지키기가 더 쉬웠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장 빚을 갚고 한 달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처지입니다. ‘내 주제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정말 힘듭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산다는 건, 돈이 없을 때 가장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갈등도 했습니다. 지금은 급하니 일단 받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가려 받는 게 보통이니까요. 그래도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이 나라는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고생도 나중에는 헤리티지의 일부가 될 텐데, 그 안에 단 한 순간이라도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싫은 것을 피해 나와도 혼자가 아닌 시대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하기 싫은 일을 안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학교든 회사든, 내가 속한 집단 밖에서는 살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집단 밖으로 나오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있더라도 서로 만날 접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기 싫어도 하고, 고집을 꺾고, 참으면서 그 작은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게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싫은 것을 피해 집단 밖으로 나와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가 쉬워졌습니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 먼저 이야기하면, 그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닿습니다. 그렇게 같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이고, 거기서 새로운 집단이 생깁니다.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모두가 그걸 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싫어서 하지 않는 것들이 꾸준히 쌓여도 패턴이 생깁니다. 내 채널을 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 패턴에 맞춰 정해지는 것입니다.
“99%는 이걸 몰라서 망합니다”, “딸깍, 하루 10분 월 천” 같은 말에 끌리는 분이라면 제 영상을 보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런 말 없이도 제 영상을 봐 주시는 분들이 저에게는 진짜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이어 가는 한, 제 영상을 보는 분들의 데이터도 거기에 맞게 쌓일 것입니다.
콘텐츠와 브랜딩에서 흔히 말하는 ‘결’은 이렇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결이 만들어 준 만남
이건 말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상을 찍던 날, 저는 가수 김동완 님을 두 번째로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구독자가 엄청나게 많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유튜브로 제 이야기를 했으니 운 좋게 접점이 생겼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단지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말을 하기 싫어했는지가 쌓이면서 결이 맞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월 천’, ‘딸깍’, ‘돈 쓸어 담기’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도망치는 방향이 브랜드의 결이 됩니다
유튜브에서 나라는 브랜드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막막하다면, 내가 싫어하는 것, 지금 가장 도망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싫은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모두가 싫어하는 일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건 그냥 게으른 것입니다. 중요한 건 다음 두 질문입니다.
- 내가 싫어하는 것을 피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피해 도망치는 그 방향이, 결국 나라는 브랜드의 결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1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 이 영상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으로 썼습니다. 일기장 같은 내 이야기를 남이 들을 수 있는 콘텐츠로 바꾸는 방법은 전자책 「내 이야기를 팔리게 만드는 콘텐츠 글쓰기 공식」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