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말주변 없이 시작한 유튜브, 대본으로 쓴 내 이야기가 나를 파는 무기가 됐습니다
2026.08.09

2만 명이 30초 동안 본 영상과 1천 명이 10분 동안 본 영상, 어느 쪽이 더 좋은 영상일까요? 유튜브 입장에서는 비슷합니다. 총 재생 시간이 비슷하면 광고 노출량에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차이가 엄청납니다. 2만 명, 10만 명이 오더라도 30초 만에 나가 버린다면 그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고, 나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내 영상에 집중해서 오래 보게 만드는 것이고, 그걸 가장 확실하게 해 주는 것이 이야기, 곧 스토리텔링입니다. 말주변이 하나도 없던 제가 유튜브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방법을 첫 상품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대본으로 쓴 이야기 덕분이었습니다.
- 내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다
-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한다
- 나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는다
- 내 이야기에 집중한다
- 나를 기억하고 다음을 궁금해한다
- 나를 좋아하게 될 기회가 생긴다
사람을 오래 붙잡는 것은 구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이 화려하고 얼굴이 예쁘면 물론 좋겠지만, 시각적인 자극만으로 집중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걸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이 이야기입니다.
오래 집중해서 본 영상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리뷰일 수도, 브이로그나 게임 방송일 수도, 지금 이 글처럼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영상일 수도 있습니다. 장르와 포맷이 어떻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던지는 말이 아니라, 이야기에 순서와 흐름, 곧 구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말이 안 나와 한 번 접었습니다
‘저 사람 정말 말을 잘한다’는 느낌도 이런 구성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말을 잘하는 분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깜짝 놀랍니다.
저는 예전에 일 때문에 인터뷰나 광고 촬영 현장에 자주 갔고, 방송 녹화 현장을 따라다닌 적도 있습니다. 미디어 쪽에는 전통적으로 ‘오디오가 비면 사고’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말을 합니다. 저는 카메라만 켜면 버벅이는데, 그분들은 카메라가 켜지자마자 10분, 20분을 멈추지 않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연습하면 될 것 같아서 예전에 요리 유튜브를 한 번 해 봤습니다. 카메라를 켜니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결국 접었습니다. ‘말 잘하는 건 타고나야 하는구나, 나는 유튜브를 할 팔자가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듣는 이야기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유튜브를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회사 밖으로 나와 혼자 나를 팔아 돈을 벌려고 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유튜브가 필수라고 말하는 건 위험하지만, 1인 사업에서 상품만으로 살아남을 방법은 없습니다. 알려야 합니다. 유튜브를 하지 않는다면 그 홍보와 마케팅의 빈자리를 다른 것으로 메워야 하는데, 결국 다 돈과 시간입니다. 돈도 인맥도 학벌도 없는 제가 유튜브를 안 하면 무슨 수로 저를 알리겠습니까.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말을 잘할 자신은 도저히 없으니, 대본이라도 그럴듯하게 써 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대본 쓰는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콘텐츠용 글쓰기는 배우려고 하면 한 시간도 안 걸립니다. 후킹이 어떻고 리드와 CTA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유튜브를 해 보고 싶었던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질리도록 해 왔으니, 하던 버릇대로 대본을 써서 영상을 올렸습니다.
결과는 채널 개설 27일 차에 구독자 1천 명, 그 뒤로 2천, 3천, 5천 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막힌 지점은 거의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건 숫자가 아니라 의외의 지점이었습니다. 유튜브를 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콘텐츠에 대해 무엇을 고민하고 어디서 막혀 있는지 정확히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추측만 할 뿐이었지요.
콘텐츠 만드는 이야기로 유튜브를 하다 보니 댓글, DM, 메일, 컨설팅, 멤버십까지 다양한 경로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막혀 있는 지점은 대부분 같았습니다.
정보만 주면 내 얘기를 못 하고, 내 얘기를 하면 일기장이라서 아무도 안 본다.
유튜브에서 자기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그렇게 궁금해하셨습니다.
AI가 대신 못 하는 것이 바로 내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글 쓰는 방법을 묻는 분은 이제 별로 없습니다. AI가 워낙 잘 쓰니까요. 문장만 보면 손볼 곳이 없어서 저도 가끔 놀랍니다.
하지만 AI가 절대 못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 주관과 관점을 담은 내 이야기는 AI에게 시킨다고 되지 않습니다. 저도 다른 건 몰라도 유튜브 대본만큼은 AI를 쓰지 않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AI가 대신하게 둘 수도 없고, 그래서는 브랜딩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정작 설명하려니 제가 왜 되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이야기를 일기장이 아니라 콘텐츠로 바꾸는 법을 알려 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그런 고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뿐이었습니다.
잘난 척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매일 하던 일이라 너무 익숙해서 ‘그게 왜 안 되지?’ 싶은 것이 하나씩 있지 않나요. 한참 생각해 보니 저에게는 이게 일종의 직업병이었습니다.
저는 기자로 일하다 마케팅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만 해도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았고, 마케터가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인식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글 쓸 일이 생기면 “너 기자 했었지?” 하고 마케팅에 필요한 글쓰기가 전부 저에게 넘어왔습니다.
마케팅은 늘 무언가를 알리고 팔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다 해도 파는 글처럼 써지게 되었습니다. 기자 3년, 마케팅 11년, 사업 3년 내내 글만 쓰다 몸에 밴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똑같이 17년을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규칙을 찾아 쉽게 설명해야 의미가 있는데, 제 글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너무 당연해서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 대본 30만 자를 AI로 분석했습니다
AI는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주관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관점 밖에 있는 것을 해석하고 확장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AI는 주관이 없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그게 장점이 됩니다.
지금까지 유튜브에 쓴 원고를 모아 보니 30만 자 정도였습니다. 전부 마크다운으로 정리해 Claude Code에 주고 분석을 맡겼습니다. 다만 원고만 주면 글쓰기 스타일만 뽑힐 것 같아서, 어떤 말을 했을 때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즉 시청 지속 시간과 구독 전환율 데이터도 함께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영상 초반에 어떤 말로 후킹해야 이탈하지 않는지, 시청 시간이 길었던 영상의 대본에는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콘텐츠에 어떻게 녹였는지, 버릇처럼 쓰는 말에 어떤 규칙이 있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내 주관으로 쌓은 데이터라 정작 나는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버릇처럼 쓰던 부사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부사입니다. 문단이나 섹션이 바뀔 때는 집중력이 흩어지면서 이탈이 생기는데, 그때 결과를 강조하는 부사(“그래서”)나 앞의 말을 뒤집는 부사(“그런데”)로 끌고 가면 듣는 사람을 다시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입에 붙는 말맛을 살리려면 “그러나” 같은 부사는 가급적 빼는 게 좋습니다. 저에게는 그냥 당연했던 것들이 데이터로 보이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이 A4 용지로 60장이 넘었습니다. 제목, 썸네일, 알고리즘, 촬영, 편집 이야기는 하나도 넣지 않고 유튜브 대본 잘 쓰는 법만 다뤘는데도 그렇습니다. 17년 치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가 적당한가 싶기도 합니다.
전자책 한 권이 사업으로 넘어가는 첫 문이 되었습니다
다 만들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한동안 콘텐츠로 나를 상품화해서 팔아 나가는 이야기를 해 왔는데, 실제로 나를 파는 상품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튜브로 제 이야기를 해 나간 덕분에 외주나 컨설팅으로 수익이 생기기 시작한 건 구독자가 2천 명쯤 됐을 때부터였습니다.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게 1인 사업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면 그건 프리랜서니까요.
그런데 전자책은 계속 판매하는 것을 지향하는 진짜 상품입니다. 제 이름이 박힌 상품이 어딘가에 진열되고 소비됩니다. 사업으로 넘어가는 첫 문을 연 것입니다.
플랫폼 대신 나만의 작은 가게를 택했습니다
상품을 만들었으면 팔아야 사업입니다. 전자책이라고 하면 보통 크몽 같은 판매 플랫폼을 먼저 떠올립니다. 살 만한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파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긴 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저는 직접 팔기로 했습니다. 쓸데없는 고집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나를 상품화해서 판다는 생각을 처음 떠올릴 때부터, 여기저기 흩어진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내 상품과 서비스와 시간이 한곳에 모인 나만의 작은 가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 고집대로 살고 싶어서 퇴사까지 했는데, 밖에 나와서까지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들 플랫폼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신 해 주는 일이 많으니까요. 고집을 부리기로 했으니 그 일을 전부 혼자 해야 하고, 준비할 것도 꽤 많았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러려고 1인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kimdango.com에 나를 파는 상점을 열었습니다. 처음 문을 열 때는 통신판매업과 출판업 신고를 기다리느라 계산대도 없이 가게만 있는 상태였고, 진열대에는 전자책 한 권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나를 파는 가게가 생겼고 진열할 물건이 하나라도 생겼으니, 이제 그 가게를 가꾸고 키워 나가는 과정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나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상황이 너무 막막해서 뭐라도 해서 나를 팔아 보자는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계속 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게 상품이 되고, 나를 파는 공간과 상점으로 하나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새삼 신기합니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나를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말주변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내 이야기를 구성 있게 쓰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가게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1인 사업을 하면서 AI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37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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