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평범한 내 인생에서 팔리는 이야기는 결핍을 내 안에서 찾을 때 나옵니다

2026.08.02

평범한 내 인생에서 팔리는 이야기는 결핍을 내 안에서 찾을 때 나옵니다

앞선 글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끝났습니다. 기획에 목적이 필요하듯, 나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면 그 이야기가 어디서 출발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 글은 그 출발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 무슨 특별한 서사가 있을까요?”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나를 브랜딩해서 파는 1인 사업이 목적이라면 나만큼 확실한 주제가 없다는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대단한 사건도 없고, 평범하게 사무직으로 일하며 일과 집만 오가고,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모르겠으니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오해입니다. 콘텐츠 스토리나 브랜딩은 타고난 재능이나 대단한 업적을 알리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후천적인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결핍을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 성장하는 사람을 궁금해합니다

브랜딩은 결국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보면, 모두 어디서 1등을 하고 대단한 걸 이룬 사람인가요? 아닙니다. 연봉이 얼마고 차가 뭐고 집이 어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단하시네요” 하고 끝납니다. 딱히 더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다 자기 꿈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든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가끔 부족한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잘됐으면 좋겠고, 다음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동력이 성장서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 중인지,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콘텐츠에 녹이면 그게 내 브랜드의 성장서사가 됩니다.

성장서사를 담으면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사람들이 나를 식별하기 시작합니다

유튜브도 그렇지만 스레드 같은 곳에서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유명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아, 그 사람이다’ 하고 식별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제 채널 주제만 보면 뻔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수천 명은 될 테고, 정보만 뽑아 늘어놓으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과정 자체는 겹칠 수 없습니다. 나와 똑같은 순서로 망하고,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경로로 가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정보는 비슷해도 결과적으로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사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사람은 이미 완결된 이야기를 보면서 그다음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대단하다는 감상은 남아도, 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이 개념이 유튜브로 넘어오면 구독이 됩니다. 누군가 나를 구독한다는 건 내가 잘나서 따라온다는 뜻이 아니라, 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표현입니다. 아직 스토리를 쓰는 중이라면 늘 다음 이야기가 있으니, 사람들이 기억하고 기다리고 구독을 누릅니다.

이 두 가지 변화도 제가 특별해서 생긴 게 아닙니다. 제 나름의 성장서사를 콘텐츠에 녹여 이야기하다 보니 경험하게 된 것이고, 그걸 지금 이렇게 나누고 있을 뿐입니다.

서사는 실패를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그럼 특별할 것 없는 인생에서 성장서사를 어떻게 만들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서사’라는 단어에 겁먹지 않는 것입니다. 서사라고 하면 스펙터클한 인생사나 불행을 극복한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평범한데’ 하고 위축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사는 이미 끝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실패나 불행과는 딱히 상관이 없습니다.

제 채널에도 망하고, 배달하고, 이혼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제가 저 자신이니 언급할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그래도 그걸 전면에 내세워 이혼 콘텐츠나 배달 콘텐츠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건 제 스토리라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려 주는 위치 정보일 뿐, 저를 대표하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배달 유튜버, 이혼 유튜버로 가면 조회수는 훨씬 잘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한 건 저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조회수가 낮더라도 저를 팔리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망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다음,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결핍, 각성, 투쟁의 세 단계

저는 예전에 소개한 성장서사 3단 작법을 그대로 저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성장서사는 결핍, 각성, 투쟁으로 이루어집니다. 결핍은 나에게 없는 것을 찾는 것이고,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각성,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가 투쟁입니다. 제 채널의 이야기는 대부분 각성과 투쟁에 해당합니다.

성장서사 3단 작법
모든 서사는 결핍에서 출발한다
1
결핍
나에게 없는 것을 찾는다
2
각성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가
3
투쟁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결핍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경험에서도 서사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각성과 투쟁은 모두 결핍에서 출발합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거기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할지도 정해집니다. 그래서 성장서사를 찾으려면 결핍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결핍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의 같은 경험에서도 서사가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결핍을 밖에서 찾으면 뻔한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처음에 눈을 감고 ‘나에게 없는 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사업이 망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건 돈이 아니라 이혼이었습니다. 망할 수도 있고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그 시기에 혼자가 됐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서로 지탱하는 부부의 이야기, 망했어도 함께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들에게는 있는데 나에게는 없구나, 이게 내 결핍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사람을 만나려고 찾아다니게 됩니다. 저처럼 망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사람, 함께 이겨 낼 사람을 찾겠다고 돌싱 카페에 가입하고 앱을 깔고 자기소개를 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습니다.

누가 해도 똑같은 답에는 내 관점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이 상황을 서사로 풀면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러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됩니다.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를 브랜딩하는 성장서사로 보면,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나 돈이 없어서 돈을 버는 이야기는 솔직히 뻔합니다.

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서사에 나라는 사람의 관점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핍을 ‘저 사람들에게는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즉 밖에서 찾았으니 해결책도 밖에 있고, 서사도 어디선가 본 클리셰처럼 나옵니다. 외로우면 사람을 만나고 돈이 없으면 돈을 버는 건 누가 해도 같은 답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기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려다 ‘특별한 게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지’ 하고 막히는 이유가 정확히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핍을 못 찾은 게 아니라, 엉뚱한 데서 찾은 것입니다. 사람마다 성격과 성향이 제각각이라 같은 일을 겪어도 생각이 다른데, 그걸 놔두고 밖에서 찾으니 뻔한 것밖에 안 나옵니다.

그래서 결핍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른 방향이 나오고, 그 다른 방향이 바로 내 관점입니다.

같은 이혼에서 나를 기르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출발점은 같습니다. 사업이 망하고 가장 힘들었던 건 이혼이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바꿨습니다. “나는 왜 외로울까?”

앞에서는 옆에 사람이 없으니 외롭다고 답했습니다. 그것도 맞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그래서 변수를 지우고 상수만 봤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나 자신이니까요. 모든 관계를 덜어 내고 나만 놓고 물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답은 바로 나왔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려 했던 이유는 사랑받고 싶어서였습니다. 관심과 인정에 대한 결핍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스스로 채우려 하지 않고, 누군가 알아서 채워 주길 바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나에게 그걸 해 줬을까요? 아니었습니다. 혼자라서 놀러 가지도 않고, 혼자라서 밥도 대충 먹고, 혼자라서 청소도 대충 했습니다. 혼자라는 핑계로 내가 나를 외롭게 방치한 것입니다.

다시 물어본 제 결핍은 ‘내 옆에 사람이 없다’가 아니라, ‘나도 나를 안 챙기는 주제에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점부터 달라졌습니다.

같은 출발점 · 이혼
결핍을 어디서 찾느냐가 이야기를 바꾼다
밖에서 찾은 결핍
“내 옆에 사람이 없다”
  • 해결책도 밖에 있다 → 사람을 찾아다닌다
  •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 누가 해도 같은 답, 관점이 들어갈 틈이 없다
  • 외로워서 사람 만나러 다니는 뻔한 이야기
안에서 찾은 결핍
“나도 나를 안 챙겼다”
  • 오늘 당장 바꿀 수 있다 → 나를 챙긴다
  • 변수를 지우고 상수인 나만 본다
  • 나만의 방향, 곧 내 관점이 생긴다
  • 자기를 길러서 팔아 나가는 이야기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생기면 이야기가 움직입니다

이렇게 되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생겼습니다. 옆에 사람이 없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를 안 챙기는 건 오늘 바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밥을 예쁘게 차리고 반찬을 제때 채우다 보니 방이 깨끗해지고, 공간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삶의 방향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뭘 해 먹을까, 내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 그다음엔 나를 어떻게 기를까. 그러다 AI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을 때, 제가 팔 수 있는 것 중 가장 확률이 괜찮은 게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래, 나를 잘 길러서 팔자.’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처음 만들 때부터 채널 아트에 이 문구를 넣었습니다.

“나를 잘 기르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덕담으로 쓴 말이 아니라, 이 방향을 그대로 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대단한 기획이 없었습니다. 결핍, 각성, 투쟁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갔을 뿐입니다. 나를 기르기로 했으니 잘 먹이고 공간을 만들고, 그러면서 배우고 느낀 걸 영상으로 나눴습니다. 그게 쌓이자 저를 알아봐 주는 분이 생겼고, 저를 필요로 하는 분이 생겼고, 그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니 상품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관심도 받고 인정도 받습니다. 그러니 더 잘하고 싶고, 포기할 수가 없어 계속하게 됩니다.

결핍을 밖에서 찾았을 때는 외로워서 사람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였습니다. 안에서 찾으니 자기도 안 챙기던 사람이 자기를 길러서 팔아 나가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출발했는데, 결핍을 나에게서 찾으니 그대로 나라는 주제를 전개하는 스토리텔링이 된 것입니다.

“나는 OO가 없다”를 써 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서사를 찾는 게 고민이라면, 말 나온 김에 똑같이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나에게 없는 것을 한 줄씩 씁니다. “나는 OO가 없다.” 단, 돈은 빼고 씁니다. 돈은 수단이니, 무형의 가치 위주로 깊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2. 내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지웁니다. 다른 사람이 해 줘야 하는 것, 회사나 조직이 바뀌어야 하는 것, 운이나 환경이 따라 줘야 하는 것은 모두 밖에 있는 변수입니다.
  3. 남은 것을 나에게 묻습니다. ‘남들은 나에게 그걸 안 해 줬어. 그럼 나는 나를 위해 뭘 했지? 뭘 할 수 있지?’ 아직 못 했다면, 거기에 결핍이 있습니다.
내 결핍 찾기 연습
쓰고, 지우고, 나에게 묻는다
1
“나는 OO가 없다”를 한 줄씩 쓴다
돈은 빼고, 무형의 가치 위주로 깊게
2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지운다
남이 해 줘야 하는 것, 조직이 바뀌어야 하는 것, 운과 환경에 달린 것
3
남은 것을 나에게 묻는다
나는 나를 위해 뭘 했지? 뭘 할 수 있지? → 아직 못 했다면 그게 결핍
4
각성하고, 채워 가는 과정을 나눈다
그걸 하고 싶었구나(각성) → 채워 나가는 이야기(투쟁) = 성장서사

일과 집만 반복하는 것 같은 일상에도 숨겨 둔 부러움과 외면했던 것이 있고, 거기서 결핍이 나옵니다. ‘아, 내가 그걸 못 했구나, 그걸 하고 싶었구나’를 알게 되면 그게 각성이고, 그걸 채워 나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투쟁이 됩니다. 그게 내 성장서사입니다.

우리가 나를 주제로 이야기를 못 꺼내는 건 특별하거나 잘난 게 없어서가 아닙니다. 주제는 처음부터 나였는데, 엉뚱한 데서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찾은 방법이나 3단 공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겪은 대로 저에게 적용해 가는 과정을 나누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으니 정답은 누구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 다음 이야기도 계속 이어집니다. 이 영상을 만들 무렵 저는 제 이름을 건 첫 번째 상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집중이 잘된다”, “말이 자연스럽다”, “스토리텔링이 된다”였고, 그 방법을 묻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상품으로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고 팔 궁리를 하는지, 그 과정도 계속 나누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36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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