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유튜브 브랜딩은 쓸모와 취향, 두 가지에서 시작합니다
2026.04.05

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하면 참 막연합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 마케팅, 콘텐츠를 합쳐 20년 가까이 일했지만, 솔직히 브랜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면 알수록 제가 작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가치를 만들어 팔아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식별하게 만드는 것 말고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론으로 돌아가 생각해 봤습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고를 때는 결국 두 가지를 봅니다. 나에게 필요한가,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가. 곧 쓸모와 취향입니다. 유튜브에서 나라는 브랜드가 선택받으려면 영상에 쓸모를 담고, 취향은 그 쓸모 속에 숨겨야 합니다. 제가 이 원칙을 채널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함께 정리했습니다.
브랜딩은 선택받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저는 브랜딩을 타인에게 선택받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몸부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브랜드는 한 번 선택받았다고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를 선택한 사람들을 지키면서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계속 선택받아야 하는 진행형입니다.
브랜딩이라는 개념도 기업이 소비자에게 ‘우리 상표를 알아보고 선택해 줘, 다음에도 또 선택해 줘’라고 말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개인에게 대입해도 똑같습니다.
“나를 기억하고 선택해 주세요.”
그런데 이 말을 누구에게 해야 할까요? 옆집 친구 한 명에게 선택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수많은 타인, 불특정 다수에게 선택받으려고 브랜딩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작정 ‘제발 나를 선택해 줘’라고 하면 통할까요? 어렵습니다. 누가 거들떠나 보겠어요. 그러니 내가 선택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먼저 보여 줘야 합니다. 근거나 증명이든, 노력의 흔적이든, 장점이든, 심지어 단점을 고백하는 것이든 상대가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보여 줘야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선택받기 위해 무엇을 보여 줘야 하는가. 저는 이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개인 브랜딩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개팅 앱 프로필에도 같은 원리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쉬운 예를 들면 소개팅 앱이 있습니다.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선택받으려고 나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올렸는지 보면 다양합니다. 운동하는 몸 사진이나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제력을 어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차 핸들을 잡은 사진이나, 음식 사진인 줄 알았는데 구석에 차 키와 가방이 놓인 사진 같은 것들입니다. 전시회나 골프장처럼 자기 취미와 취향을 보여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한다면 어떨까요. 방구석 아싸에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집에서 살림하는 게 낙이니 아마 집에서 밥하는 사진을 올릴 겁니다.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저를 좋게 볼 확률이 높겠지요.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불특정 다수에게 선택받아야 할 때 사람들이 드러내는 것의 특징 때문입니다. 마음의 서랍 속에서 내 기준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꺼내 보여 줍니다. 그래야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나를 선택하니까요.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상이 기본 단위이니, 나를 선택할 이유가 영상 안에 들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쓸모와 취향으로 고릅니다
그렇다면 영상에 무엇을 넣어야 할까요? 저는 이 문제를 원론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유튜브에서 우리가 선택받는 매개체는 콘텐츠이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소비재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소비할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알면, 그걸 유튜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쓰는 컵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컵을 왜 샀을까요? 가장 먼저 컵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디자인, 기능, 용량, 브랜드를 보고 이걸 골랐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하면 첫째, 나에게 필요한가. 둘째, 내 마음에 드는가. 다른 말로 쓸모와 취향입니다. 최근에 산 물건을 떠올려 보시면 대부분 이 두 기준으로 골랐다는 걸 아실 겁니다.
물론 비중이 정확히 반반은 아닙니다. 당장 급하게 필요한 물건, 곧 쓸모가 아주 높은 물건이라면 취향을 조금 타협합니다. 반대로 쓸모가 좀 떨어져도 취향에 너무 잘 맞으면 그걸 고르기도 합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비중은 달라도, 선택의 출발점은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채널을 기획할 때 쓸모와 취향을 반드시 영상에 넣기로 했습니다.
— 마실 것을 담는 컵
— 수많은 컵 중 이 컵
나만의 USP
쓸모는 사람들이 영상에 시간을 쓸 모든 이유입니다
우리가 자기 이야기만 하는 일기장 같은 영상을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에게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어가 매정해서 말하기 마음 아프지만,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이유는 대부분 이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 심심함을 달래 줄 만큼 흥미롭거나 재미있다
-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방법을 알려 준다
- 궁금한 것을 누군가 먼저 해 봤다
- 불안하거나 속상한 마음을 덜어 준다
-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될 만큼 예쁘거나 잘생겼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이 영상에 시간을 쓸 만한 모든 이유가 쓸모입니다. 볼 이유가 있어야 영상을 보고, 그래야 내 이야기를 할 기회도 생깁니다.
저도 처음 콘텐츠를 기획하며 쓸모를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튜브를 준비하던 무렵에는 우울하고 자존감도 낮아서 ‘나는 정말 쓸모없고 한심한 사람인데 뭘 봐 줄 게 있다고 유튜브를 하나’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재능은 없어도 지금까지 월급을 받으며 해 온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브랜딩, 콘텐츠에 관한 내용을 영상에 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이유도 그 쓸모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은 대놓고 말하지 않고 쓸모 속에 숨깁니다
다음은 취향입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선택받으려고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입니다.
컵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 마실 것을 담는다는 기능은 쓸모이고 수많은 컵 가운데 이걸 고른 이유는 취향입니다. 쓸모 있는 영상을 만드는 건 기본이고, 실제로 사람들이 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관점을 영상에 녹이는 데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비슷한 주제와 소재가 얼마나 많을까요. 내용은 비슷할 수밖에 없고, 어쩌면 AI가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그 속에서 차별점을 만들 수 있는 건 나 자신, 내 관점과 태도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취향을 영상에서 대놓고 드러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와 결이 맞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보고 있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대입해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지 남의 일기장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나를 선택할 이유가 될 취향은 겉으로 내세우지 말고 쓸모 속에 숨겨서 보여 줘야 합니다. ‘나 이런 취향 있어!’ 하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필요한 걸 주면서 은근히 스며들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영상에 취향을 녹이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사람마다 노하우는 다르겠지만, 제가 콘텐츠를 만들 때 기준으로 삼는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구성으로 보여 줍니다
첫 번째는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걸 보여 주고 싶다면 “저는 가정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브이로그라면 그런 사람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나와야 합니다.
제 영상에 늘 주방에서 밥을 차려 먹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의도입니다. 제 채널은 혼자 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채널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캐릭터도 어떤 상황에서든 혼자 잘 살아남으려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그걸 말 대신 영상에 녹이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밥 차려 먹는 장면이 항상 들어가게 됐습니다.
물론 없는 모습을 짜내는 거라면 오래가기도 어렵고 촬영도 힘듭니다. 저는 실제로 집에서 살림하고 밥 차려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기획 요소로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었습니다.
배경과 소품에 담습니다
두 번째는 배경과 소품입니다. 화면 뒤쪽에 무엇을 어떻게 둘지는 온전히 내 마음입니다. 당연히 취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을 간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니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사람 한 명 속에는 작은 우주가 있어서 보여 주고 싶은 게 아주 다양합니다. 그걸 다 꺼내 놓으면 잡탕이 됩니다. 저도 지금은 망하면서 다 팔았지만 예전에는 게임기와 건담, 피규어가 꽤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뒤에 쭉 서 있었다면 지금과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느낌이 꽤 달랐을 겁니다.
그러니 채널에서 보여 주고 싶은 내 스토리와 결이 맞는 것들로 화면을 채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저는 한 번 크게 망한 뒤 삶을 추스르고 나를 차근차근 길러 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배경에 있는 것들은 설거지하고 청소할 때 늘 노래를 틀어 두는, 저에게 소중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 배경이 제 스토리를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야기 속 예시로 꺼냅니다
세 번째는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 자체에 녹이는 것입니다. 저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예시나 사례로 인용하는 편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저는 망원동에서 산 예쁜 그릇들을 무척 좋아해서 자랑하고 싶습니다. 시이나 링고와 레이베이의 노래를 좋아해서 집에 손님이 오면 늘 이 노래부터 틉니다.
저 같은 아저씨가 이런 말을 대놓고 하면 딱 일기장입니다. 영상이 이런 이야기로 가득하면 누가 볼까요. 그런데 방금 여러분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결국 읽으셨습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취향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분에게 다른 쓸모를 전달하기 위한 예시로 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하고 싶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이 글을 읽어야 할 이유, 곧 쓸모에 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배경에 슬쩍 깔아 두는 것입니다.
혼자 살아남는 사람 → 밥상 장면
다 꺼내 놓으면 잡탕이 된다
자랑이 아니라 설명이 된다
물론 의도한 것이 전부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보는 분들이 어떤 지점에서 나를 선택할지는 알 수 없으니, 내 취향과 태도를 이루는 요소를 여기서 1%, 저기서 1%씩 티끌처럼 쌓아 가는 것입니다.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리는 지점이 USP입니다
쓸모를 중심에 두고 거기에 취향을 꾸준히 담아 가면, 같은 말을 해도 결과적으로 다른, 나만의 콘텐츠가 됩니다. 쓸모만 보면 똑같이 물을 담아 마시는 컵인데, 이 컵은 좀 다른 컵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들리는 지점을 브랜딩에서는 USP, 고유한 판매 제안(Unique Selling Proposition)이라고 부릅니다. 나만의 차별화된 장점, 경쟁 우위를 갖췄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나라는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 그 자체입니다.
내 채널을 다시 찾고 싶은 식당으로 만들어 보세요
정리하면 유튜브 채널은 식당과 같습니다. 손님은 먼저 음식을 보고 옵니다. 음식이 사 먹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니, 우리는 콘텐츠에서 ‘쓸모’라는 음식을 파는 셈입니다.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맛있어도 불친절하고 지저분한 곳에서 대충 담아 툭 던져 주면 있던 맛도 달아납니다. 반대로 예쁜 그릇에 담겨 나오고 분위기, 인테리어, 서비스가 다 좋으면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음식을 뺀 나머지 전부, 그것이 바로 내 관점과 취향입니다.
내 채널을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맛집으로 만들고 싶다면, 내 영상이 주는 쓸모 한 가지와 그 속에 숨겨 둘 내 취향 한 가지부터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20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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