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인생이 망한 걸 알아채자마자 유튜브부터 준비한 이유
2026.08.30

사업이 망해 빚더미에 앉고, 이혼에 퇴사까지 하고 나서 ‘이거 인생 망한 거 아냐? 이제 뭐 해 먹고 살지?’ 싶었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유튜브밖에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망했으면 당장 돈 벌 생각부터 해야지, 웬 유튜브냐고요. 나이가 몇인데 아직 철이 안 들어서 헛바람이 들었느냐는 소리를 실제로 많이 들었습니다.
그게 벌써 8개월 전 이야기입니다. 1년도 안 됐으니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방향이 바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유튜브 덕분에 인생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물론 무작정 시작한 건 아닙니다.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무엇을 믿고 어떤 계획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지, 인생의 내비게이션 경로를 고민하는 분께 참고가 되도록 정리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빨리 팔리는 시간부터 팔았습니다
처음부터 ‘망했네? 유튜브 해야지!’ 했던 건 아닙니다. 망한 직후에는 멘탈이 온전할 수가 없습니다. 빚이 3억이었는데, 0에서 마이너스 3억이 된 게 아니라 그동안 모은 걸 다 날리고 거기서 마이너스 3억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갚아서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죽네 사네 하는 와중이라 당장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걸 끌어다 전부 내다 팔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팔 수 있는 자산 중 가장 빨리 팔리는 것부터 팔았습니다. 누구에게나 가장 빨리 팔 수 있는 자산은 시간입니다. 배달, 새벽 배송, 투잡 쓰리잡으로 하루 15시간씩 갈아 넣었습니다. 당장 돈은 벌렸고, 그때 많이 갚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당 버는 돈이 거의 일정하니 계산이 너무 쉬웠습니다. ‘이거 다 갚으면 내가 몇 살이지?’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더 벌어야 하는데 이미 하루 15시간을 팔고 있으니 더 팔 시간이 없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만 팔아서는 한계가 있으니, 시간에 다른 가치를 녹여서 더 비싸게 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시간에 경력을 녹여도 사 줄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시간과 함께 팔 만한 자산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경력이었습니다. 마케팅을 비롯한 17년 치 경력을 시간에 녹이면 내 시간값이 비싸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배달에서는 그 경력이 의미가 없습니다. 마케팅 경력이 있다고 배달비를 더 주지는 않으니까요. 경력을 녹인 시간을 팔려면 그걸 사 줄 회사 같은 곳에 팔아야 합니다.
한동안 그걸로 고민했지만, 이 나이에 재취업이 쉽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시간과 경력만 파는 것이 나를 파는 최선의 수단인지부터 답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력서에 적을 수 없는 자산이 훨씬 많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간과 경력 말고도 우리가 가진 자산은 많습니다. 감정, 감성, 후회, 실패 같은 경험과 관점도 얼마든지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이력서에 적는다고 회사가 사 주지는 않습니다. 마케팅 경력이 있다고 배달비를 더 주지 않는 것처럼, 회사도 내 시간과 노하우를 사는 것이지 나라는 캐릭터의 고유성에 값을 매겨 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절박했습니다. 빚을 갚고 살아남으려면 팔 수 있는 건 하나라도 더 긁어모아 팔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자산으로 쓰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팔아 보기로 했습니다.
실패한 경험과 후회, 내 취향과 고집, 다들 맞다고 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틀렸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설거지하고 빨래하다 문득 느낀 것, 망해서 빚지고 이혼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까지. 이런 나만의 이야기를 전부 자산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콘텐츠입니다. 마침 제 경력도 그쪽에 닿아 있었으니, 팔 수 있는 게 하나라도 더 많은 시장으로 가는 게 그나마 확률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유튜브에서 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 빨리 팔리지만 더 팔 시간이 없다
→ 배달에선 무의미, 재취업도 막막하다
→ 전부 자산이 되는 곳은 콘텐츠뿐
불행을 전시하지 않으려고 세운 기준선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망하고 막막했던 경험을 자산으로 쓴다는 게, 결국 망한 썰 팔아서 조회수 먹겠다는 것 아니냐, 그건 불행팔이지 무슨 자산이냐고요.
실제로 그런 콘텐츠가 많습니다. 망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여 주며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삽니다’ 하는 콘텐츠들이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이걸 많이 경계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똑같이 나를 다 꺼내 드러내도 불행을 전시하며 스스로를 구경거리로 만들 수도 있고, 살아남는 히스토리를 쌓아 실제 자산처럼 작동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나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비칠지를 결정하는 문제라서, 솔직하게 다 드러내면서도 불행팔이로 보이지 않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고, 나름의 기준선을 하나 찾았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있으면 과정이 됩니다
망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다음 편에서도 그다음 편에서도 계속 힘들게 사는 이야기만 보여 준다면 그건 전시입니다. 그 사람의 스토리가 그 상태에 멈춰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똑같이 힘든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뒤에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 보기로 했고,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그건 과정이 됩니다. 서사가 움직이는 이야기가 됩니다.
앞부분은 완전히 같습니다. 그 뒤에 나의 다음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 이 한마디에 따라 전시냐 과정이냐가 갈립니다.
- 다음 편에서도 힘들게 사는 이야기뿐
- 스토리가 그 상태에 멈춰 있다
- 나를 구경거리로 만든다
- 무엇을 해 보기로 했고 다음엔 무엇을 할지
- 서사가 움직인다
- 살아남는 히스토리가 자산이 된다
‘나의 다음 이야기’가 나를 실행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작 그게 다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유튜브를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드는 내내 규칙으로 걸어 두고 지키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규칙이 저를 실행하게 만든 것입니다.
유튜브를 하면 좋다는 건 다들 압니다. 생각도 많고 계획도 있는데 실행을 못 할 뿐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있으면 그 관성을 벗어나기도 어렵습니다. 찔리시겠지만 여러분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입니다. 저도 계획은 기가 막히게 세우는데 정작 시작을 잘 못 합니다.
그런데 매주 영상에서 앞으로 이걸 하겠다, 다음에 뭘 하겠다고 질러 버리니, 그걸 안 하면 영상이 진도를 못 나갑니다. 지난번보다 뭐라도 더 저질러 놔야 다음 소재가 생깁니다. 머리로는 ‘이게 될까’ 걱정하는데 몸은 이미 하고 있습니다. 실행력은 깨달음을 얻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것도 실행입니다.
실패해도 소재가 되니 겁이 덜 납니다
콘텐츠라서 생기는 선순환도 있습니다. 저지르다 보면 늘 잘되지는 않습니다. 망하거나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소재가 되니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겁이 덜 나고, 마음이 가벼우니 또 하게 됩니다.
말한 대로 흔적이 남았습니다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뭐가 됐든 실행했으니 흔적이 남는데, 그 흔적이 제가 말한 대로 남았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겠다고 했더니 실제로 저를 찾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를 상품화해서 팔겠다고 했더니 전자책 출간 전부터 50분 가까이 예약 구매를 해 주셨습니다.
이 공간도 그렇습니다. 집에서 손님들을 모셔 유튜브를 가르치는 학원을 차리겠다고 처음 말한 게 몇 달 전이었습니다. 누가 들어도 철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마흔이니 ‘이게 맞나, 나 혼자 쓸데없이 나대는 거 아냐?’ 하는 자기 검열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몸은 그냥 하고 있었고, 지금 이곳은 수강생분들이 오시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문 앞에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현판까지 붙였습니다.
8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루 15시간씩 배달을 하던 제가 지금은 여기서 콘텐츠로 나를 파는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8개월 동안 유튜브를 한 게 아니라, 8개월 동안 쌓인 콘텐츠만큼 나라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이구나. 앞으로 할 것들을 내뱉다 보니 실제로 삶이 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하나씩 갖춰질 때마다 ‘이게 되네? 그럼 이것도 되지 않을까?’ 하고 다음 것을 지를 용기가 생깁니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팔리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판을 붙였다는 건 정식으로 스튜디오를 영업하겠다는 신호이니, 이제 제대로 장사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스튜디오에 찾아오시거나 컨설팅을 받으신 분은 대부분 구독자분들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게 전부였다면 굳이 오프라인 스튜디오를 차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를 상품화해서 파는 1인 사업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구독자분들에게만 장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독자분들은 저를 좋게 봐 주시고 가는 방향이 같으니, 그중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구매해 주십니다. 어려운 말로 하면 식별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하니 기본 전환율이 높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유익하고 효과가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나를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내가 상품성이 있을까? 사업으로서 지속 가능한지 검증하려면 오히려 이걸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유튜브 채널이 명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레슨이나 브랜드 컨설팅 상품을 제대로 구성해 상점에 올리기 전에, 지역에서 레슨을 찾을 때 많이 쓰는 숨고에 테스트 계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든 계정이라 실적이 하나도 없으니 쉽게 고용될 리가 없었습니다. 저라도 망설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레슨 요청에 견적을 보낼 때 제 유튜브 채널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경력이 아무리 많아도, 맨땅에서 직접 키운 채널을 보여 주는 건 느낌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통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세 분께 고용되었습니다.
회사나 배경 없이 제 이름 세 글자만으로 모르는 분에게 나를 영업한 것이 조금씩 먹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튜브로 돈을 번다고 하면 보통 조회수 수익을 떠올리지만, 오프라인에서 맨땅에 영업할 때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영향을 줍니다. 콘텐츠를 쌓는 게 내 자산이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채널이 제 명함이 되었습니다.
물론 인생이 바뀌었다거나 돈을 엄청 벌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레슨이나 컨설팅이 없는 날은 무조건 배달을 나갑니다. 아직 빚이 6천만 원 남았으니까요. 그래도 8개월 전에는 배달 말고는 선택지가 아예 없었는데, 지금은 배달 나가는 날이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인생의 방향이 확실히 바뀌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집니다.
콘텐츠에 늘 나의 다음 이야기를 담아 보세요
이렇게 된 건 단지 유튜브를 시작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면서 늘 ‘나의 다음 이야기’가 있다는 걸 말하는 것. 그게 결국 나라는 브랜드가 움직이는 방향이 됩니다. 지금 힘든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면, 그 끝에 ‘그래서 나는 다음에 이걸 해 보겠다’는 한마디를 붙여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정말 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걸 느낀 이상 저도 계속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말해 놓고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 구독자분들을 모셔 이곳에서 밥을 해 드리겠다는 약속을 이제 지켜 보려 합니다.
처음에는 겁이 나서 자꾸 미루고, 이사하느라 또 미뤄졌습니다. 그동안 커피챗과 컨설팅으로 한두 분씩 모시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고, 이곳도 스튜디오로서 구색을 갖춰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멤버십 회원분들을 우선으로, 유튜브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0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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