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내가 결정하면 그게 내 직업이 되는 시대, 허락을 기다리지 마세요

2026.10.04

내가 결정하면 그게 내 직업이 되는 시대, 허락을 기다리지 마세요

제주도에 간 건 이번이 네 번째였고, 이번에도 일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직업이 저를 제주도로 보낸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모처럼 멀리 간 김에 하루쯤 제 마음대로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부터 꼭 해 보고 싶던 드라이브도 하고, 멋진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가 보고 싶던 곳에도 들렀습니다.

회사에서 보낸 출장이었다면 허락받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허락받기가 아주 쉬웠습니다. 제가 허락하면 되니까요. 회사가 아니라 유튜브로 직접 만든 제 일을 하러 간 것이라 일정도 제 마음대로였습니다.

이 경험을 하고 나서 확신한 것이 있습니다. 내 일을 직접 만들어 직업으로 삼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이나 경력이 아니라 누군가 허락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허락 대신 필요한 것은 내가 먼저 꺼내는 제안이었습니다.

노는 내내 일하고, 일하는 내내 놀았습니다

그동안 제주도에 간 건 마케팅이든 취재든 모두 당시의 직업 때문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현장에 가서 일하고 다시 공항으로 오는 게 전부였습니다. 제대로 구경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바빠서이기도 했지만, 회사는 기본적으로 허락받은 범위 안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일하라고 출장을 보내지, 간 김에 놀다 오라고 월급을 주지는 않으니까요.

이번에는 누가 월급을 주고 시켜서 간 게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분들을 1:1로 만나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제주도에 사는 구독자분을 만나러 간 것이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나라는 상품을 직접 파는 일을 하러 거기까지 다녀온 셈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일을 하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저 자영업자가 출장 간 김에 하루 놀다 왔다는 자랑이었다면 저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묘했습니다. 노는 내내 일하고, 일하는 내내 놀았습니다. AI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일하고 돈을 버는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어디에 있든 돈을 버는 루틴이 똑같이 돌아갔습니다

돌아와서 그동안 처리한 일을 정리해 보니, 스튜디오에서 일할 때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제주도에 있든 강릉에 있든, 일주일에 한 편씩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대본을 쓰고 촬영을 했습니다. 나라는 상품이 팔려서 매출이 났고, 구독자분들과 상담을 하고, 과외를 받는 분들과 멤버십 회원분들께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돈을 버는 루틴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똑같이 돌아간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기회가 생긴 김에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수준입니다. 저는 아싸에 집돌이라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타입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언제 어디서든 누구 허락이나 눈치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 자체가 충분히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각’을 보고 왔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막연히 이렇게 살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라 허락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살려면 무엇을 더 채워야 할지,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더 필요한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삶이 조금씩 바뀌는 동안 객관적으로 돌아보니, 기능이나 기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팔아서 내 일을 직접 만들어 살려고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누군가 허락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게 허락을 잘 못 합니다. 관성과 습관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경험이나 경력을 쌓아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내 밖에서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누군가 나를 고용해 주고, 명함에 직함을 넣어 주고, 그 일로 돈을 벌 권리를 허락해 줘야 비로소 그게 내 경험과 경력이 됐습니다. 기자, 마케터, 기획자, PD 모두 그렇게 허락받아서 생긴 경력입니다.

그런데 나를 팔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일은 누가 허락해 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싶다, 내 가치를 팔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와서 “이제 돈 받고 사업하셔도 됩니다, 제가 허락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경력과 직업이 생기는 방식
허락을 기다리는 쪽에서, 먼저 제안하는 쪽으로
예전 · 회사의 허락
누군가 나를 고용해 준다
  • 명함에 직함을 넣어 줘야 경력이 된다
  • 기자, 마케터, 기획자, PD 모두 허락받은 경력
  • 허락이 없으면 대기실에서 눈치만 본다
지금 · 나의 결정
내가 먼저 제안한다
  • “제 시간과 당신의 돈을 바꾸시겠어요?”
  • 누군가 수락하면 거래가 생긴다
  • 반복되면 사업, 확신이 서면 직업
팔리기 시작한 날은 구독자 수가 아니라 처음으로 제안이 수락된 날이었다.

허락해 줄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허락을 만들어 냅니다

진짜 재미있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허락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사람들은 그 허락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경력이 부족하지, 자격증이 없지, 아직은 때가 아니지 하면서 눈치를 봅니다. 일종의 그림자 허락입니다.

나를 드러내 상품으로 팔려면 내 무대를 만들고 거기서 열심히 쇼를 해서 관객을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허락을 못 받았으니 무대에 나갈 자격이 없다며,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대기실에만 앉아 있는 것입니다. 나도 유튜브 하고 싶다, 나를 팔아서 1인 사업 하고 싶다고 눈치만 보면서요.

다른 분들을 낮춰 보려는 말이 아니라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것저것 합치면 경력이 20년 가까이 됩니다. 누군가는 “너는 그냥 하면 되잖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더 심했습니다.

경력이 길수록 눈치를 더 봤습니다

유튜브로 나를 파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시절, 먼저 하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곤 했습니다. 경력이 3년, 5년쯤 된 분들이 자신을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컨설팅을 하고 전자책을 파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솔직히 ‘저걸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구나’ 하고 낯 뜨겁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저를 상품화해서 팔려고 하니, 오히려 제가 눈치가 보여서 시작을 못 하겠더군요. 하려면 그분들보다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연차가 찰 만큼 찼으니 업계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대단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뭐라고 전문가인 척을 하나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허락받으며 산 시간이 길다 보니 그 버릇이 깊게 들어서 눈치만 더 본 것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걸로 돈을 벌려면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터 돈을 벌어야 하지? 구독자 천 명이 되면? 그건 좀 속물 같은데 만 명이 되면? 퍼스널 브랜딩을 잘하면 상품을 팔아도 되겠지? 그런데 브랜딩이 됐다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그걸 누가 정하고 허락해 줄까요? 인증서라도 주는 걸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본 3년 차, 5년 차 분들이 저보다 훨씬 현명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파는 데는 허락이 필요 없다는 걸 저보다 먼저 알고 일찍 실행한 것이니까요. 저는 그걸 이제야 알았기에, 지금이라도 유튜브에서 나라는 상품을 여러분께 내놓은 것입니다.

내가 팔리기 시작한 날은 처음으로 제안이 수락된 날이었습니다

제가 유튜브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를 팔아서 먹고살고 싶어서, 이걸 내 직업으로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그렇다면 얌전히 유튜브만 열심히 하다 보면 알아서 브랜딩이 되고,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 팔아 달라고 연락을 할까요?

그러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을 주신 분들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직업이 바뀔 만큼 고정적인 수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연락이 오더라도 실제로 팔 상품이 없으면 지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상품이 본격적으로 팔리고, 이걸로 계속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한 게 언제였는지 돌아봤습니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처음 만든 전자책이 팔린 날, 그리고 1:1 컨설팅 상품이 처음 팔린 날이었습니다.

구독자나 조회수가 올라서 팔린 게 아니라, “제 시간과 당신의 돈을 바꾸시겠어요?”라는 제안을 제가 먼저 꺼내 놓고, 그걸 본 분들이 수락하면서부터 팔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래는 언제나 파는 쪽이 먼저 제안합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합니다. 가치를 돈으로 바꾸는 게 목적이라면 파는 쪽이 먼저 제안해야 합니다. 회사에 이력서를 내든, 식당 메뉴판에 음식과 가격을 적든, 중고 거래 앱에 물건을 올리든, 대부분의 거래는 돈을 원하는 쪽이 먼저 ‘이 가격에 이 구성으로 팔 테니 사시겠어요?’ 하고 제안하면서 이뤄집니다.

그러니 나를 상품화해서 판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유튜브에 진열해 두고 알아서 팔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든, 본업의 연장선이든, 살아가는 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노하우든, 사람들이 나를 구매하기 좋은 형태로 포장한 다음 그걸 알려 나가는 것입니다. 팔리는 사람이 된다는 건, 사람들이 나를 어떤 방식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오퍼를 가진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비싸고 완성도 높은 상품이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경력에 따라 아주 비싼 제안을 가진 분도 있고, 전문직처럼 이미 정해진 상품이 있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그런 상품이 있다고 나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10만 원짜리 옷이 있다고 만 원짜리 옷이 별로인 건 아닙니다. 모두가 10만 원짜리를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시장이 다를 뿐입니다.

무엇을 팔지보다 누구를 도울지부터 생각하세요

무엇을 팔아야 할지, 나에게 어떤 제안이 있는지 모르겠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어떤 역량을 상품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대신, 다른 관점에서 출발하면 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서로 돕고 사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무엇을 팔 수 있을까’를 백날 고민하는 것보다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로 접근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도덕책 같은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사업적으로도 더 유리합니다.

제안을 만드는 출발점
질문 하나가 바뀌면 제안이 바뀐다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장사꾼 마인드
  • 쓴 시간만큼 얼마를 받을지부터 계산
  • 상대는 고민을 다 털어놓지 않는다
  • 촬영·편집·썸네일 같은 막연한 이야기에 머문다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
돕는 사람
  • 상대가 진심을 알아보고 솔직해진다
  • 진짜 막힌 곳이 보인다 —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법
  • 내 경력으로 풀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온다

도우려는 마음은 상대가 먼저 알아봅니다

저도 ‘누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로 접근했습니다. 경력이 모두 콘텐츠 쪽이다 보니, 주변 분들께 유튜브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도와드리곤 했습니다.

처음부터 사업화할 상품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나부터 장사꾼 마인드가 됩니다. 시간을 얼마나 썼으니 얼마를 받아야겠다, 이런 걸 팔아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정말 도우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상대방은 그걸 압니다. 그래서 자기 고민을 더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나를 상품화하는 제안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처음에는 촬영이나 편집에서 막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도와드리다 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가장 놀란 건, 제가 도와드린 분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이 거의 같았다는 점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재미없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를 하나씩 품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게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자기 이야기만 하면 누가 듣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7년 동안 하던 일이 누군가를 도울 무기가 됐습니다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요. 17년 동안 제가 해 온 일은 따지고 보면 모두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브랜드를 포장해서 팔리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렇게 풀면 되겠는데?’ 하는 게 보였습니다. 이런 걸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내 상품을 만들어 사업화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면, 콘텐츠 만드는 방법, 영상 찍기와 썸네일, 기본적인 브랜딩 같은 막연한 이야기밖에 못 했을 겁니다.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로 접근하자 제가 할 수 있는 제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밖으로 꺼내 팔릴 수 있게 상품화하는 방법을, 이 채널에서 실제로 어떻게 녹여 내고 있는지 보여 드리자 그 제안을 수락하는 분들이 한 분씩 생겨났습니다.

전자책, 컨설팅, 과외처럼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제안을 누군가 수락하면 나라는 상품이 팔리는 거래가 일어납니다. 그 거래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만들면 나를 파는 사업이 됩니다. 그리고 그 규모가 조금씩 커져 이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부터 그게 내 직업이 됩니다.

내가 먼저 말하면 그게 직업이 됩니다

사람들이 유튜브로 자기 서사를 상품화할 수 있게 옆에서 돕는 사람. 제가 나름대로 정의한 제 직업은 이렇습니다. 누가 직업을 물으면 아직 깔끔하게 떨어지는 단어를 찾지 못했지만, 직업 이름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고 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제안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갈지 고민된다면, 나에게 특별하고 잘난 게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거기서 살아날 길을 찾았습니다.

그걸 찾았다면 언제든 자기 무대를 만들어 나오시면 됩니다. 누구에게 허락받을 필요도, 구독자가 많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이런 걸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먼저 말하면, 그게 내 직업이 되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5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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