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AI 격차는 실력이 아니라 방향성에서 생깁니다
2026.10.11

이제 AI를 쓰느냐 안 쓰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안 쓰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AI를 지금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기는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지식이나 정보의 격차였다면 시간이 걸려도 공부해서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자기 밥그릇을 지킬 시간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AI는 정보에서 멈추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까지 만들어 냅니다. 몇 주 만에 없던 서비스, 없던 사업이 생겨나니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어떤 분께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합니다. AI 격차는 AI를 다루는 실력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성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욕구, 낭만, 글쓰기라는 세 가지에서 나옵니다.
같은 AI가 누구에게는 무기, 누구에게는 채팅 친구입니다
격차라는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워 오래 고민했습니다. AI를 어떻게 쓰든 그 사람의 자유니까요. 그런데도 꺼내는 이유는 이제 그 차이를 더는 부정할 수 없어서입니다.
한쪽은 궁금한 걸 묻고, 이미지를 만들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검색을 합니다. 성능 좋은 챗봇처럼 쓰고, 신기하고 편리하다는 데서 끝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콘텐츠, 서비스, 상품이 만들어지고, 굴러가는 사업체가 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워크플로가 한번 생기면 복리처럼 결과물이 늘어나서, 점점 한 사람에게 맞춰진 플랫폼처럼 커집니다. 1인 기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래서 몇 달만 지나도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생깁니다. 더 무서운 건 업종이나 분야의 차이가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같은 일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 검색, 이미지 생성, 프로필 사진
- 나를 위해 만들 것이 막연하다
- 방향이 없으면 남의 것을 베끼게 된다
- 콘텐츠·서비스·상품이 실제로 생긴다
- 워크플로가 생기면 결과물이 복리로 쌓인다
- 하나하나가 내 이름의 원본으로 남는다
차이는 AI 실력이 아니라 ‘시킬 것’이 있느냐에서 납니다
그렇다면 AI 공부를 많이 해서, 잘 다뤄서 생기는 차이일까요? 아닙니다. 기초적인 활용법을 알면 좋지만, 이 차이는 AI를 쓰는 난이도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건 몇 달마다 더 쉬워지고 있습니다.
AI를 챗봇처럼 쓰는 사람이 쓸 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묻고, 일할 때도 늘 켜 둡니다. 다만 회사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해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를 생각하면 막연해서, 딱히 시킬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궁금한 것만 묻습니다.
반대로 자기 인프라를 쌓는 사람은 자기 것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니, 거기까지 가려고 AI에게 계속 시킬 일이 생깁니다. AI는 생산성 도구입니다.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사람이 더 잘 써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자가 된다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격차는 AI를 다루는 기술에서 갈리는 게 아닙니다. 그 전에 내 상품, 내 서비스, 내 콘텐츠, 내 브랜드처럼 내가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방향성이 있는지, 그 분명한 의도를 실현하는 도구로 AI를 쓰는지에서 갈립니다.
방향은 AI가 대신 정해 주지 못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어렵습니다. AI는 다른 건 뭐든 만들어 주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만들지는 정해 주지 못합니다. 그건 AI가 아니라 나에게서 먼저 나와야 하는 답이기 때문입니다.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걸 보며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내 방향부터 찾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I는 점점 쉬워져서, 곧 잘 쓰고 못 쓰고가 의미 없을 만큼 모두가 일상적으로 쓰게 될 테니까요.
방향이 없으면 AI는 베끼는 도구가 됩니다
방향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요? 결국 남의 것을 가져오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리지널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내 방향에 대한 답을 먼저 찾고 AI를 실현 도구로 써야 하는데, 그 답을 AI에게 대신 찾아 달라고 하면 AI는 결국 내 밖에 있는 것에서 답을 가져옵니다.
남이 쓴 프롬프트에서 괄호 안의 단어 몇 개만 바꾸고, 다른 콘텐츠를 짜깁기해 숏폼을 돌리는 식입니다. 숏폼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롱폼도 너무 쉽게 베낍니다. 영상 스크립트를 긁어서 AI에 넣고 돌리면 비슷한 영상을 찍어 내는 게 일도 아닙니다. 실제로 제 영상 대본을 베껴 가는 채널도 생겼습니다. 남의 것을 가져오는 일이 역사상 가장 쉬워진 시대입니다.
자기 오리지널을 만들려는 방향성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바꿀 만큼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어 줘도 그걸 남의 것을 훔치는 데 쓰게 됩니다.
베낀 것은 유통기한이 짧고, 원본은 대체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됩니다. 자기 인생의 원본이 된다는 건 말이 쉽지, 막상 해 보면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창작은 정말 힘듭니다. 반면 눈앞에 있는 걸 베끼는 건 딸깍이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갈까요. 베끼는 것은 점점 더 쉽고 빨라지니 공급이 넘치고, 유통기한도 점점 짧아질 겁니다. 그럴수록 원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희소해집니다. 앞으로 브랜딩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본은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원본이 되려면 욕구, 낭만, 글쓰기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각자 어떻게 원본이 될 수 있을까요? 정석이 있었다면 모두가 행복했겠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대신 제가 직접 써먹고 있는, 자기 방향성을 가진 원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재료는 내 욕구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욕구가 어디서 오는지 찾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에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굳이 새로운 방향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살면 됩니다. 지금처럼은 살기 싫다,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결핍과 욕구가 있어야 그걸 해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가장 강한 욕구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아야 합니다. 저는 윌리엄 글래서의 이론이 이걸 가장 정확하게 나눴다고 생각해서 참고합니다. 다섯 가지 중 나를 가장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 생존: 건강, 안전, 의식주
- 사랑과 소속: 관계, 사랑, 협력, 집단, 친밀감, 소속감
- 힘과 성취: 경쟁, 성취, 주목, 자기주장, 리더십
- 자유: 독립, 자율성, 자신만의 공간과 방식, 저항
- 즐거움: 학습, 성장, 재미, 놀이, 취미
하나씩 풀면 너무 길어지니, 더 궁금한 분은 윌리엄 글래서를 따로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제 경우 가장 큰 욕구는 자유였습니다. 이 채널에서 하는 이야기의 흐름도 결국 나를 상품화해서 자유롭게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방향성은 이렇게 내가 어떤 욕구에 가장 자극받는지, 그걸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에서 출발합니다.
두 번째 재료는 남들과 나를 구분해 주는 낭만입니다
그런데 욕구는 출발 방향을 정해 줄 뿐,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세상에 자유를 좇는 사람이 저 하나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욕구에서 출발해도 하는 말도, 세상에 드러내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내 방향을 남들과 다르게 식별시키는 요소가 필요한데, 저는 그것이 낭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낭만은 주관적인 말이니 기준을 정해 보겠습니다. 저는 낭만을 한 문장으로 “그럼에도 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정의합니다. 시대에 밀려났거나 불편하고 낡았는데도 아끼는 것, 머리로는 아닌 걸 알면서 가슴이 시켜서 저지르는 것, 불완전하고 실패하고 약한 사람을 응원하는 것. 냉정하게 보면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데, 굳이 비용을 치르며 돈 안 되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낭만이라는 말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 고집이고, 그건 자기가 직접 찾아야 합니다.
저는 저를 파는 사업에서 AI를 정말 많이 씁니다. 유튜브만 해도 편집과 후반 작업은 모두 AI가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여 주는 방식만큼은 내가 직접 해야겠다는 고집이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대본은 절대 AI를 쓰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말만 적습니다.
공간도 그렇습니다. 저를 팔기로 한 상업적 공간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 낭만이 묻어 있습니다. 식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망했어도, 이혼하고 혼자 살아도 나에게 잘 차려 먹이면서, 나만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번거롭고 비효율적이어도 계속하고 싶은 일들이고, 그게 제 낭만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태도든 행동이든, 살아가는 방식이든 물건이든, 비효율적이어도 감성 때문에 끝까지 가져가는 낭만적인 요소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결국 나를 다른 사람과 식별되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재료는 그것을 밖으로 꺼내는 글쓰기입니다
문제가 하나 남습니다. 욕구가 있고 낭만이 어디 있는지 백날 정해 봤자, 내 머릿속에만 있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망상입니다. 밖으로 꺼내야 의미가 생깁니다. 그래서 세 번째는 내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일, 글쓰기입니다.
논술을 하거나 명문장을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직접 읽고 쓰는 능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능력 자체를 말합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면 어렵습니다. 설명을 잘한다는 것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서 무엇을 얻을지 정리하는 일이고, 그 과정 자체가 작은 기획입니다.
이걸 계속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을 하든 내 생각을 글로 꺼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기획, 마케팅, 사업 제안 모두 글에서 시작합니다. 영상이든 책이든 게임이든 서비스든, 콘텐츠도 내 생각을 글로 꺼내 놓는 데서 시작합니다.
글도 AI가 써 주는데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AI에게 시키는 것조차 글로 합니다. AI가 뽑는 결과물의 수준도 결국 내 생각을 얼마나 제대로 꺼내 설명했느냐에 달렸습니다. 글쓰기는 내 방향을 드러내는 가장 본질적인 수단이고, 조금만 더 나가면 AI를 쓰는 역량으로도 이어집니다.
세 가지가 맞물려야 방향성이 됩니다
세 가지가 어떻게 조합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욕구는 방향의 출발점입니다. 어떤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지가 내가 가야 할 장기적인 목표가 됩니다. 낭만은 그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 가슴이 시키는 내 방식으로 내 길을 남들과 다르게 만들어 줍니다. 글쓰기는 그 방향이 지금 여기 있다고 밖으로 꺼내 알리는 수단입니다.
✕ 없으면 시작할 이유가 없다
✕ 없으면 남들과 똑같다
✕ 없으면 망상으로 끝난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방향성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욕구가 없으면 시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낭만이 없으면 시작은 해도 남들과 똑같아서 식별되지 않습니다. 글쓰기가 없으면 무엇이 있어도 밖으로 꺼내지 못해 망상으로 끝납니다.
이런 방향성을 갖고 나면 굳이 남의 것을 훔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내 이름으로 만들 것들이 생깁니다. 가야 할 방향을 아니 딴 길로 갈 필요가 없고, AI에게 분명한 의도를 갖고 시킬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격차가 바로 이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갈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쌓여서 히스토리가 되는 것은 원본뿐입니다
유튜브로 나를 파는 사업을 만들든, 앱이나 게임이나 다른 콘텐츠를 만들든, 목표까지 가는 길에서 필요한 것을 만드는 방식으로 AI를 쓰면 그 하나하나가 내 의도가 담긴 원본으로 쌓입니다. 끝까지 쌓여 히스토리가 되는 것은 원본뿐입니다. 베낀 것은 유통기한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고, 내 이름으로 쌓이지도 않습니다. 쌓이는 것이 있느냐 없느냐, 여기서 격차가 벌어집니다.
저는 이 격차의 골든타임이 길어야 5년이라고 봅니다. GPT가 처음 나온 지 고작 몇 년 만에 지금 수준까지 왔으니, 앞으로 몇 년만 지나도 AI로 자기 결과물과 인프라를 쌓아 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겁니다.
어쩌면 이게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사다리가 아닐까. 1년쯤 전부터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내 인생을 바꿔 보자며 시작한 것이 지금 이 채널, 나를 상품화해서 파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부터 내 의도가 담긴 원본을 쌓기 시작한 셈입니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적어도 저는 그동안 쌓인 것들이 제 인생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느낍니다.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낭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방향도 달라질 겁니다. 저는 셋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낭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욕구는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어서 찾기만 하면 되고, 글쓰기는 얼마든지 배워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저를 파는 첫 번째 상품으로 글쓰기 책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낭만은 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퍼 주고 기다리게 만드는, 합리와는 거리가 먼데도 하게 만드는 무언가는 배워서 되는 것도, 베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AI라는 엄청난 무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내 욕구와 낭만을 글로 풀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마음이 시키는 쓸데없는 고집을 나에게서 발견하는 일이, 앞으로 각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6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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