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망한 인생을 즐겁게 버티는 법은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지키는 것입니다
2025.12.14

저는 망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사는 게 즐겁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이 끝난 줄 알았고, 망한 사람답게 계속 망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를 기르는 과정을 즐기며, 나락에서 기어오르는 과정이 생각보다 살 만하다는 걸 매일 느낍니다.
그렇게 바뀔 수 있었던 비결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정확히 알고, 그것만은 지키는 것. 망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무엇을 깨달았는지, 그래서 삶을 어떻게 다시 짜서 선순환을 만들었는지 순서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기존 세계가 무너졌는데 나는 그대로였습니다
사회적인 기준으로 보면 저는 완전히 망했습니다. 고졸인데도 인생이 어떻게 좀 풀려서 좋은 경험도 하고 경력도 잘 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합류한 스타트업이 망하면서 그동안 모은 돈을 날리고, 이혼하고, 빚도 억대가 됐습니다. 10년이 뭡니까, 거의 20년 치 자산과 시간이 다 날아간 셈입니다. 머릿속에 든 것만 빼고요.
사실 이제 억대는 아닙니다. 열심히 갚아서 얼마 전 자릿수가 하나 줄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회사까지 그만뒀습니다. AI 때문에 밥벌이가 막막해서, 회사에 다니지 않고 혼자 먹고살아 보기로 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일종의 뉴노멀입니다.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건 살던 세계는 무너졌는데 저는 그대로였다는 점, 그 관성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목표가 있지만, 거기까지 지속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힘든데 악으로 버티는 것도 어렵고, 무작정 좋아서 하는 일도 언젠가는 회의감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 즉 지속 가능성의 기본 원동력에 대한 것입니다.
망하고 나서 이 인생을 다시 끌고 갈 계획을 세우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었습니다. 이게 분명하지 않으니 사람이 정말 힘들어지더라고요.
자아를 방치하자 악순환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인생이 망했으니 다 포기하고, 아무 데나 가서 대충 먹고, 숨어서 빚이나 갚으며 망한 인생을 원망하며 살아야겠다고요.
그래서 엄청 오래된 연립 주택의 무보증 단기 월세방에 들어갔습니다. 밥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쌀과 김과 김치로 한 끼에 300원에서 500원꼴로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자아를 방치한 것입니다. 망했으니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사는 게 맞는 줄 알았습니다.
갖지 못한 것들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한두 달을 사니 사람이 엄청 피폐해졌습니다. 이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의지할 곳, 나에게 남은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으니 자꾸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처음부터 제 것도 아니었는데 참 찌질했지요. 별일 아닌데도 짜증이 나고, 점점 비관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때는 아직 회사에 다니던 때라 밖에서 티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사회생활은 해야 하는데 속은 완전히 뭉개져 있으니 괴리감이 더 심해졌습니다. 되고 싶은 내 모습은 저기 있는데, 나름 살겠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면 할수록 악순환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걸 몇 년을 갚아야 하는데, 이렇게는 지속할 수 없겠다. 이러다 내가 먼저 쓰러지겠구나.’
질문을 끝까지 타고 올라가니 ‘나’만 남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이걸 왜, 무엇을 위해 하고 있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그렇게 계속 질문을 타고 끝까지 올라가니 마지막에 딱 하나가 남았습니다. 바로 ‘나’였습니다. 결국 내가 있어야 너도 있습니다. 모든 행동의 이유를 따져 보면, 내가 행복해야 그다음이 시작됩니다.
그때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제 삶에 만족할 수 있을 만큼만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돈이 많으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적어도 저에게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돈이 있으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지만,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 즉 살아가는 태도나 마음가짐은 처음부터 돈과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나라는 원금만은 까먹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로 했습니다. 망한 건 망한 거지만, 혼자서도 즐겁게 지속할 수 있는 구조로 삶을 새로 짜서 선순환으로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순환은 과정의 반복입니다. 빚을 갚아 나가는 과정이 힘든 건 당연하지만, 그 안에 어떻게든 행복하게 버틸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행복은 정량화할 수 없는 감정이니, 이 나락을 계속 헤쳐 나갈 용기를 얻을 만큼의 조건 하나만큼은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앞에서 말한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입니다.
망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망했기 때문입니다. 망했다는 건 자본이 마이너스라는 뜻입니다. 모아 둔 것을 다 잃고 빚까지 꽤 졌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망해도 마이너스가 되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자본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감성적인 말이 아니라, 지금 현실적으로 소득을 만들 수 있는 밑천이 제 몸뿐이라는 뜻입니다. 이자나 배당, 임대 수입이 있을 리 없으니까요.
나 말고는 아무 소득원이 없다면 나라는 원금을 까먹으면 안 됩니다. 다시 일어설 때까지 가장 중요한 자본을 위험 없이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배달할 때도 보호구를 정말 철저히 챙깁니다. 다치면 원금을 까먹는 거니까요.
- 단기 월세방, 한 끼 300~500원
- 갖지 못한 것들이 나를 괴롭힌다
- 짜증과 비관, 노력할수록 멀어지는 기분
- 이대로는 몇 년을 버틸 수 없다
-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 확보
- 남은 유일한 자본인 나를 위험 없이 지킨다
-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시간이 남는다
- 잊고 있던 능력을 다시 꺼낸다
최소 행복 조건을 기준으로 생활비를 다시 짰습니다
그 조건을 갖추려면 무엇을 갖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회사에서 해 온 수십억짜리 프로젝트보다 더 큰, 제 인생이 걸린 프로젝트였습니다.
먼저 기대 수입의 범위를 잡고 고정비부터 확보했습니다. 빚 상환과 필수 지출을 먼저 떼어 놓고, 남은 돈으로 주거비, 식비, 보험, 저축을 몇 퍼센트씩 초안으로 잡았습니다. 그다음 포기할 수 있는 것, 내 노동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을 타협해 나갔습니다. 이때 기준을 지금까지의 관성이나 사회적 기준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행복 조건으로 삼았습니다.
저에게는 안락한 공간에서 살림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가치를 만들어 낼 유일한 수단인 내가 일어서려면 어떤 환경이 가장 중요할까. 이 질문이 이 글의 핵심이고, 파고들어 보니 결국 내가 어떤 상태일 때 가장 행복한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지금의 이 모습이었습니다. 나만의 안락한 공간에서 내 살림을 꾸리는 것.
선순환에 보탬이 안 되는 것은 치웠습니다
주거비 비중을 올렸으니 그만큼 다른 비용을 빼야 했습니다. 기준은 앞으로 제 선순환에 기여하지 못할 것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게임, 배달 음식, 넷플릭스 같은 것들입니다. 이제는 거기에 쓸 시간이 없고, 할 만큼 하기도 했으니까요.
없애고 나서 보니 당장 힘드니까 그거라도 필요하다고 착각한 것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대부분 순간적인 도파민을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 배달 음식을 끊을 수 있었던 건 프랜차이즈 경험 덕분입니다. 거기서 서당개처럼 조금씩 배운 건 요리 실력보다는 원가와 로스, 그리고 쉽게 만들면서도 있어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었습니다. 싸게 해 먹으면서 있어 보이게 먹는 법이지요. 한 달 식비를 30만 원 언저리로 잡았는데, 이 정도로도 웬만큼 먹고 싶은 건 다 먹습니다.
이왕 집에서 해 먹는다면 예쁘게 차려 먹는 게 좋습니다. 외식 회사에 있을 때 들은 말이 있습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맛있어 보이면 실제로 더 맛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아서, 집에서 밥을 해 먹을 때도 예쁘게 담아 잘 차려 먹는 걸 따지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제 저는 혼자 살아야 합니다. 누가 저에게 이렇게 정성스럽게 밥을 차려 주겠습니까. 내가 나를 잘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없습니다.
여유가 생기자 잊고 있던 능력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가치만 남기고 싹 정리해서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니, 선순환의 힘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쓸데없는 것을 치우니 삶의 군더더기가 사라졌습니다. ‘어? 이렇게 해도 삶이 지속되네? 그런데도 즐겁네? 게다가 시간이 남네?’
실제로 살아가는 패턴은 예전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새롭게 뭔가 해 볼 마음이 생겼고, 당장 먹고사느라 잊고 있던 제가 할 줄 아는 것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됐습니다. ‘아, 나한테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구나.’ 예전에는 능력이 있어도 쓸 생각을 못 했습니다. 마음에 빈틈이 없었으니까요.
브이로그는 나를 리브랜딩하는 일이 됐습니다
그렇게 브이로그를 시작했고, 막상 시작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것을 다시 뒤져 보니 17년의 브랜딩 경험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을 더해서, 나 자신의 가치를 쌓아 가는 과정을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리브랜딩입니다. 여러분께 드릴 가치를 고민하다 보면 또 새로운 가치가 생길 테니, 이만한 선순환이 또 있을까요.
나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구조부터 설계해 보세요
모두 저처럼 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들 각자의 힘든 상황이 있습니다. 다만 나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망한 덕분에 절박해서 저를 더 깊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로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으면 지속할 힘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망하면서 크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엇이든 지속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지금 막막하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상태일 때 가장 행복한가. 그리고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치울 수 있는가.
앞으로는 이렇게 계속 살아남기 위해 내 가치를 발굴하고 다듬는 과정, 즉 나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자기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 자기 서사를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AI 시대에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할 수는 있어도,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 나라는 브랜드를 설계하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AI에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은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