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기획 잘하는 법은 목적 하나를 끝까지 지키는 것입니다
2026.07.26

기획을 어렵게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단 하나의 원칙으로 거의 모든 기획을 해 왔습니다. 회사에서 맡았던 프로젝트도, 지금 운영하는 1인 사업도, 이 글의 바탕이 된 유튜브 영상도 모두 같은 원칙에서 나왔습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과 관계있는 것만 순서대로 배치한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그 목적을 잊지 않는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적용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리모컨, 전단지, 유튜브 채널. 세 가지 예시로 차근차근 보여 드리겠습니다.
버튼 없는 리모컨으로 기획 연습하기
기획을 처음 해 보는 팀원이나 수강생분들께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연습이 있습니다. 버튼이 하나도 없는 리모컨을 떠올리고, 거기에 버튼을 하나씩 채워 넣는 것입니다.
목적부터 정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리모컨을 무엇에 쓸지 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TV를 편리하게 보는 리모컨’으로 정하겠습니다. 이 목적은 기획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규칙입니다.
목적에 필요한 순서대로 채웁니다
- 전원 버튼. TV를 보려면 먼저 켜야 합니다. 어떤 리모컨이든 전원 버튼이 맨 위에 있는 이유입니다.
- 방향·조작 버튼. 켜기만 해서는 안 되고, 보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작 버튼이 모인 자리에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생기니, 음소거처럼 성격이 비슷한 버튼도 이 근처에 두면 좋습니다.
- 기능 버튼. ‘TV를 본다’는 목적은 해결됐으니 이제 ‘편리하게’를 채울 차례입니다. 편리하다는 것은 수고를 덜어 준다는 뜻입니다. 단계를 건너뛰거나 시간을 줄여 주는 숫자 패드와 바로가기 버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이미 무엇을 볼지 정해 둔 사람이라, 버튼이 조금 멀리 있어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쪽에 두어도 됩니다.
여기에 기획의 본질이 다 들어 있습니다
완성된 리모컨을 보면 너무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한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과 관계있는 것만 순서대로 배치했습니다.
리모컨에 총알이 나가는 버튼이나 정수기 물 버튼이 있다면 이상하겠지요. 이상한 이유는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분명할수록 그 자체가 기준점이 되고, 그 기준에 맞춰 줄을 세워야 목적에 맞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목적이 얼마나 분명한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저는 모든 기획이 여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전단지 한 장도 같은 원칙으로 기획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실제로 만든 것을 보겠습니다. 저는 지금 작업실을 레슨과 컨설팅을 하는 스튜디오로 쓰고 있는데, 주변에 돌릴 전단지를 하나 만들어 두었습니다. 흔한 전단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획’으로 보시면 느낌이 꽤 다를 것입니다.
목적은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알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단지를 뿌리는 목적이야 누구나 비슷하게 떠올리겠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위험합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베끼게 되고, 결과물도 그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당연해 보이는 목적이라도 내 의도를 분명한 문장으로 적어 두어야 합니다. 전단지 한 장을 제대로 기획할 수 있어야 더 큰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정한 목적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전단지를 완성할 때까지 이 목적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① 맨 위에는 봐야 할 이유를 줍니다
리모컨의 전원 버튼처럼, 전단지는 일단 사람들이 봐야 의미가 생깁니다. 그래서 맨 위에는 이 전단지를 봐야 할 이유, 일종의 후킹 문구를 적었습니다.
‘유튜브 해야 되는데…’ 언제까지 생각만 할 거예요?
길을 가다 이 문장에 눈이 멈춘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② 그다음에는 공감대를 만듭니다
이제 그 사람에게 서비스를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바로 내밀면 인지는 되더라도 기억에 남거나 관심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대화에 주고받는 흐름이 필요하듯, 물건을 팔 때도 다짜고짜 “이거 사세요”라고 하면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요즘 이것 때문에 힘드시죠? 마침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감대를 먼저 잡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첫 문장에 반응한 사람과 공감대를 만드는 문장들을 넣었습니다.
“장비는 있는데, 기획만 하다가 시작을 못했어요.” “내 사업을 알리고 싶은데,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겠어요.” “허접해서 아무도 안 볼까 봐 무서워요.” “남들은 유튜브로 돈 번다는데, 어떻게 하는 거예요?”
“혹시 이런 상태 아니세요?” 하고 특정 상황을 짚어 주면, 해당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에 집중합니다. 흔히 ‘페인 포인트를 찌른다’고 하는 방법입니다.
③ 문제의 대안으로 서비스를 꺼냅니다
‘어, 내 이야기인가?’ 싶은 순간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서비스를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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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공감, 서비스 소개. 여기까지가 ‘내 서비스를 인지하게 만든다’는 목적을 위한 빌드업입니다.
④ 관심으로 잇습니다
서비스를 알렸으니 이제 관심으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관심을 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알아 두면 이득이 될 것 같은 정보를 보여 준다
- 모르면 손해 볼 것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 무작정 어그로를 끈다
저는 첫 번째를 골랐습니다. 서비스 소개 바로 아래에 오는 자리이니, ‘이 서비스가 나에게 이득이 되겠다’고 느끼게 하는 정보가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프로필을 넣었습니다.
前 백종원 유튜브 채널 콘텐츠기획 및 MCN 사업 기획 / 17년 차 기자 / 외식업 브랜드 마케터 / 스타트업 총괄 / 유튜브 채널 〈김단고의 생존일지〉 개설 27일 차 수익 창출
⑤ 맨 아래에는 반응을 확인할 장치를 둡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어야 이 기획이 맞았는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맨 아래에는 연락처, 문자, 카카오톡 채널, QR 코드처럼 반응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를 넣었습니다.
완성본을 처음 정한 목적과 다시 비교해 봅니다. 목적에서 벗어난 요소가 있나요? 없습니다. 이것으로 전단지 기획이 끝났습니다.
기획은 정답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리모컨과 전단지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목적을 하나 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만 기준으로 삼아 필요한 것을 순서대로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획은 잘된 것일까요? 이 순서가 맞을까요?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기획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획이란 “이게 정답입니다”라고 말하는 일이 아니라, “이 목적을 이루려면 이렇게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가설에 나름의 근거를 붙이는 일입니다. 목적이 분명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그 뒤에 나오는 모든 것의 방향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목적을 놓치면 기획은 산으로 갑니다
제가 목적을 이렇게까지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전에서 기획해야 하는 일은 리모컨이나 전단지보다 훨씬 크고 복잡합니다. 목적을 목숨처럼 쥐고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방향을 잃습니다.
회사에 다녀 보신 분이라면 겪어 보셨을 것입니다. 중간에 엉뚱한 것이 끼어들고 샛길로 빠지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 있습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게 온전히 내 프로젝트일 때입니다. 회사에서는 일이 산으로 가도 내 책임이 아닐 때가 있고, 자본으로 메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자 1인 사업을 하거나 유튜브를 운영한다면 모든 기획의 책임이 나에게 있습니다. 방향이 흔들린 대가를 온몸으로 받게 됩니다. 실제로 저에게 상담받는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도 바로 방향성입니다.
같은 원칙으로 유튜브 채널 방향 기획하기
그럼 같은 원칙을 콘텐츠 기획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개별 주제까지 들어가면 너무 길어지니, 채널 전체의 방향을 기획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서도 먼저 목적을 정합니다. 유튜브를 한다면, 또는 하고 싶다면, 영상을 만드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이 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주변에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 목적 아냐?”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 목적을 다듬어 보면, 어떤 사람이 보는지에 대한 조건이 없으니 ‘타깃과 상관없이 조회수를 최대한 뽑는 것’이 됩니다.
이 목적으로 제 채널을 기획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전 직장에서 겪은 뒷이야기나, 한창 화제가 된 이슈에 숟가락을 얹는 영상부터 떠올렸을 것입니다. 제목과 썸네일도 폭로하듯 걸었겠지요. 조회수는 잘 나왔을 겁니다. 그리고 그 조회수를 유지하려고 계속 논란과 가십을 다루는 영상만 만들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기획도 딱 그 수준의 결과물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리모컨으로 치면 ‘TV를 켜기만 하면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결국 어그로를 끄는 렉카 채널이 됩니다.
- 타깃과 상관없이 조회수 최대화
- 전 직장 뒷이야기, 화제 이슈에 숟가락 얹기
- 폭로성 제목·썸네일
- 결국 논란·가십만 다루는 렉카 채널
- 잠깐 보는 100명보다 집중하는 1명
- ‘구독해 두면 도움이 되겠다’는 신뢰
- 주제·형식이 바뀌어도 목적은 고정
- 1인 사업으로 이어지는 채널
제 채널의 목적은 다릅니다
제 영상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를 상품화해서 파는 1인 사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저를 팔려면 먼저 저에게 관심을 갖게 해야 하고, 무엇보다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이 채널을 구독해 두면 나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하고요. 그러려면 웃기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조회수를 끌어올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에게 집중하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잠깐 보고 지나가는 100명보다 끝까지 집중해 주는 한 명이 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를 시작할 때부터 영상 기획의 목적을 한 줄로 적어 두었습니다.
막막한 미래 속에서도 자기 꿈을 이루고 싶은 30~40대가 제 영상을 끝까지 보게 만든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적어도 오늘은 그 목적을 이룬 셈입니다.
앞으로 영상의 주제와 소재, 형식이 어떻게 바뀌든 이 목적만큼은 흔들리지 않게 지킬 것입니다. 이 목적이 채널의 방향을 붙잡아 줄 테니까요.
목적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 일은 굴러갑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기획을 하든, 그 기획의 목적을 끝까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목적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은 어떻게든 굴러갑니다. 정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35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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