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브랜딩의 시작은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라는 생각입니다
2026.10.18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매일같이 하던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본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나를 브랜딩하고 상품화하는 게 너무 어려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도 이 생각은 해 보셨을 겁니다. 보통은 생각만 하다 끝납니다. 그런데 나를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식별되게 만드는 힘이 바로 이 생각에서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나라면 안 그럴 텐데’를 눈에 보이는 브랜드로, 나를 파는 사업으로 만들어 가는 방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술을 대하는 태도 하나도 브랜드 스토리가 됩니다
쉬운 예로 술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저는 취하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실수하고, 후회하며 망가지는 제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어릴 때 술을 많이 드시던 아버지를 보며 자랐습니다. 그 시대의 분위기라는 게 있었으니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저는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만큼은 어른이 돼도 밖에서 취하지 않고 집에서만 마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막상 어른이 되니 지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80년대생에게는 아직 회식 문화가 남아 있었습니다. 아예 술을 못 마시면 권하지도 않았을 텐데, SNS에 술 산 걸 자랑하고 집에서 혼술상을 차려 먹는 사람이 회식에만 오면 두세 잔 마시고 그만 마신다니 오해도 사고 욕도 먹었습니다. 팀워크가 없다, 사회생활을 못 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른이란 어쩔 수 없는 건가 싶어 타협할 뻔했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취하는 게 더 싫어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러자 나중에는 별말이 없어졌습니다. ‘집에서만 마시는 애, 좀 다른 애’라는 포지션이 생긴 것입니다. 덕분에 지금은 집에서 음식에 맞춰 한 잔씩만 마시는 사람이 됐고, 그게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이게 브랜딩과 무슨 상관일까요
방금 이야기를 요약하면, 아버지와 술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거쳐 술을 대하는 제 태도가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나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이야기, 제가 가진 여러 브랜드 스토리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브랜딩은 특별함을 찾는 일이 아니라 쌓는 과정입니다
브랜딩 이야기를 하면 남들과 달라야 한다, 식별되어야 한다는 말이 꼭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누구에게도 없는 차별점,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누구에게도 없는 특별함이라면 나에게도 없습니다. 그런 걸 찾아야 브랜딩이 된다고 생각하면 시작을 못 합니다. 브랜딩은 처음부터 특별한 게 있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다음 세 가지가 계속 쌓이는 과정이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딩이라고 부릅니다.
- 내가 어쩌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는지
- 그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 그걸 지키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 글에서 주목할 것은 첫 번째입니다. 회사든 개인이든, 어떤 업종이든, 내가 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거창한 계기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던 집이 우리 집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80년대생에게는 흔한 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했느냐입니다. 결국 둘 중 하나입니다. ‘남들 다 하니까 괜찮겠지, 나도 해야지’ 하는 사람과, ‘남들 다 하니까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 우리가 ‘브랜드’라고 느끼는 쪽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답은 바로 나옵니다.
돈을 벌어 본 경험 속 ‘나라면’이 새로운 대안이 됩니다
이걸 나를 브랜딩하고 상품화하는 데 적용하는 방법도 같습니다. ‘나라면 안 그럴 텐데’라는 생각을, 살면서 돈을 벌어 본 경험 속에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했든 월급을 받았다는 건 그 일을 소비하는 고객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조직이든 최소한의 시장성이 확인된 곳입니다. 거기서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 바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느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대답을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그 분야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쌓아 온 ‘나라면 안 할 일’ 목록
저는 기자 3년, 마케팅 11년, 사업 3년을 했습니다. 어느 회사에 있었든 결국 무언가를 알리고 파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심에 찔리는 일도 많이 했습니다. 흔히 ‘마케팅’이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부정적인 일들은 한 번씩 다 해 본 것 같습니다. 여론을 만들려고 여러 계정을 돌리거나, 유리한 자료만 모아 1등인 것처럼 말하거나, 엄밀히 거짓말은 아니지만 헷갈리게 해서 믿게 만드는 일들입니다.
변명하자면 당장 월급을 받아야 했고, 자존심을 지키다 잘리면 어떡하나 겁도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비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음 한쪽에 ‘이게 내 사업, 내 브랜드였다면 절대 이렇게 안 할 텐데,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하는 목록을 칼을 갈듯 쌓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마침내 나를 마케팅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내가 싫어하던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곤란합니다. 뭐가 달라도 조금은 달라야겠지요.
저는 고객의 성과를 제 성과로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 콘텐츠와 브랜딩, 사업 방향을 잡는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달쯤 전부터 지금까지 스무 분 정도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도 ‘제가 컨설팅한 분이 얼마를 벌었다, 구독자가 얼마나 늘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할 겁니다.
제가 한 일은 방향을 같이 잡고, 채널 데이터를 보며 피드백을 드리고, 그분 시야에서 안 보이던 걸 경험상 제 눈에 보여서 같이 봐 드린 것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실행,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잡아낸 건 모두 그분의 노력입니다. 그걸 어떻게 제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학원 앞에 걸린 명문대 합격 현수막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커리큘럼이 좋았던 덕도 있겠지만, 가장 노력한 건 학생 본인입니다. 과목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자기들 덕분에 합격한 것처럼 보이면, 잘못은 아니어도 숟가락을 얹는 느낌이 듭니다.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그렇다면 하지 말아야지. 내 브랜드니까요.
효과가 큰 걸 알아도 안 하는 기준이 먼저입니다
오해가 없도록 말씀드리면, 이런 성과 사례는 마케팅적으로 효과가 큽니다. 저도 컨설팅하면서 ‘이런 장점이 있는데 왜 어필을 안 하세요? 여기 크게 넣으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유의미한 선택지인 건 분명하니까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업적으로 좋은 걸 알아도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하는 고집을 기준으로 세우고, 내가 할 것과 안 할 것을 스스로 구분하는 게 먼저라는 점입니다. 모든 브랜드의 첫 번째 고객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엇을 안 하는 사람인지 내가 먼저 알아야 다른 사람도 나를 알아봅니다.
신념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됩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백날 외쳐 봤자 브랜딩은 되지 않습니다.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넘쳐납니다. 내가 어떻게 다른지 먼저 정확히 알아야 그 부분을 지키려고 노력할 수 있고, 그걸 지켜 나가는 과정에서 실제로 달라집니다.
브랜드 신념, 브랜드 철학이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입니다. 나라면 그렇게 안 한다, 그리고 그걸 지키려고 이렇게 하고 있다. 나라는 브랜드가 무엇에 맞서는 사람인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 다들 그러고 산다
- 남들과 구분되지 않는다
- “다르다”고 말해도 믿기 어렵다
- 무엇에 맞서는 사람인지가 보인다
- 지킬 수 있는 자리에 가서 행동으로 증명
- 그게 브랜드 신념이자 철학
말은 쉽지만 지키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 남들의 시선보다 더 어려운 건 행동입니다. 신념이 있다고 말로 하는 건 듣기 좋은 소리일 뿐입니다. 정말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는 그 상황이 되어 봐야 압니다.
역설적이지만,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써 신념을 지키려면 일단 실행해야 합니다. ‘나중에 팀장이 되면 절대 팀원 성과를 가로채지 않을 거야’라고 백날 말해도 누가 믿을까요. 그 상황에서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팀장이 되어야 합니다. 식당에서 ‘내가 사장이면 손님한테 저렇게 안 해’라고 말만 하다 끝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사람은 실제로 식당 사장이 되어 행동으로 증명합니다.
제 경우도 같습니다. 유튜브를 하며 브랜딩, 콘텐츠 수익화, 1인 사업 컨설팅처럼 제 시간과 경력을 상품으로 쪼개 팔고 있습니다. 나를 파는 마케팅을 시작한 덕분에, 이제야 안 하기로 결심했던 일들을 실제로 안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내 성과처럼 말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지킬 환경이 비로소 생긴 것입니다.
신념을 지키는 비용은 동의하는 사람들로 돌아옵니다
물론 신념을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누가 얼마를 벌었고 구독자가 얼마가 됐는지 이야기하면 효과가 좋고 매출도 차이가 날 겁니다. 저는 그게 싫어서 안 하기로 했으니 실제로 매출이 그만큼 낮습니다. 정말 필요한 분들만 사시니 잘 팔린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감당해야겠지요. 회식 자리에서 술을 안 마셔서 욕먹은 것과 같습니다. 신념을 지키는 데는 어떤 형태로든 감내해야 하는 비용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끝까지 감당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재미있게도 브랜드가 자기 신념을 계속 지키다 보면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알아봅니다. 술 이야기로 돌아가면, 처음에는 욕을 먹었지만 버티다 보니 제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이 생기고, 집에서 마시기 좋은 술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컨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들이 받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밝힌 적도 없고 밝힐 생각도 없는데, 조금씩 신청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드러난 성과나 사례가 아니라 제 생각과 방향에 동의해 주셨다는 뜻일 겁니다.
컨설팅 방식에도 ‘나라면’을 적용했습니다
저는 컨설팅 자체도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로 하고 있습니다. 현업에 있을 때 외부 컨설팅을 받으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회사마다 상황과 환경이 제각각인데, 자기들의 기준과 솔루션이 우선이다 보니 실무자들은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고 비용만 크게 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기획 일을 하던 저는 ‘내가 컨설팅을 한다면 절대 그렇게 안 할 텐데’ 하고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가 컨설팅을 하게 됐으니, 신념을 지킬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그래서 신청해 주신 분을 공부하는 시간을 절차로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상대를 모르는 채 두세 시간 상담하면 귀한 시간을 자기소개에 쓰게 되고, 그분 상황에 딱 필요한 말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흘쯤 전부터 채널 권한과 데이터, 설문지를 받아 공부한 뒤 상담 일정을 잡습니다. 본론부터 이야기하니 상담의 밀도가 올라가고, 받는 분들도 무척 만족해하셨습니다. 거창하고 특별한 걸 한 게 아닙니다. 나라면 그렇게 안 했을 테니, 거기에 대한 제 나름의 대답이 이 방식이었을 뿐입니다.
넓게가 아니라 깊게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꼭 필요해서 구매하신 분들께 이렇게 미리 공부해서 가다 보니, 더 큰 일을 맡겨 주시는 분도 생겼습니다. 1인 사업을 하는 한 분이 마케팅 퍼널을 웹사이트 중심으로 다시 짜는 일을 맡겨 주셔서, 지금은 그분의 브랜드 웹사이트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그분의 상황과 사업 목표를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웹사이트 외주라도 기술만 파는 게 아니라 사업과 브랜드에 대한 고민을 더 녹여 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안 하기로 한 것을 실제로 안 한 덕분에 제게 동의해 주는 소수의 고객이 생겼습니다. 저도 한 분 한 분께 집중했더니, 나를 상품화해서 파는 일이 넓게가 아니라 깊게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객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객단가가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신념을 지킬 힘도 더 커집니다.
‘나라면’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브랜딩입니다
브랜딩이 어렵다는 분이 많지만, 그 시작점만큼은 모두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여기서 딱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브랜딩입니다. 내가 왜 그렇게 안 할지 알고, 그걸 지킬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실제로 그걸 안 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외치는 것보다 이게 훨씬 강합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자기가 하지 않을 것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그만큼 드물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에 여러분 브랜드의 시작점이 있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47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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