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망하고 나서야 꿈이 선명해졌고, 그게 나라는 브랜드의 방향이 됐습니다

2026.03.22

망하고 나서야 꿈이 선명해졌고, 그게 나라는 브랜드의 방향이 됐습니다

이 나이에 뭔가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해 봐야 알 것 같아서 이렇게 유튜브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 어떤 결핍이나 막막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막다른 길에 몰리기 전까지는 새로운 걸 시작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벽에 막히고 가던 길이 끊겨도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이제 와서 원대한 야망을 품거나 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저 내 수준에 맞는 만큼은 살아남고 싶었습니다. 그게 다시 시작할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렇게 생존을 목적으로 새로 시작하려다 보니,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습니다. 망하고 나서 꿈이 구체적으로 바뀌었고, 그 꿈을 향해 가는 과정 자체가 나라는 브랜드를 다시 쌓아 올리는 방법이 됐습니다. 막다른 길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짝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해 준 발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빚이 3억이던 때는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빚이 많이 줄었습니다. 얼마 전에야 겨우 억 단위에서 천 단위로 내려왔습니다. 정말 다행이지만, 처음 빚이 3억쯤 됐을 때는 현실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생각만 하면 자꾸 안 좋은 쪽으로 빠지니까, 의도적으로 생각을 피하고 무감정하게 지냈습니다.

당장 뭐라도 해야 했으니 바로 취업한 회사에 다니면서, 퇴근하자마자 배달을 나갔습니다. 저녁 피크가 끝나면 새벽 배송을 하고, 원룸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깐 자다가 다시 출근했습니다. 꿈이라는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꿈도 사치’라는 말이 딱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망하기 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약해지면 안 된다고, 꿈과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나 싶습니다.

배달을 하면 잃어버린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는 마음속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현실을 떠올릴 때마다 모든 게 우울하고 원망스러운데, 원망할 대상도 저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가면을 두껍게 쓰고 연기를 하느라 개인적인 생각을 안 해도 됐습니다. 그런데 배달은 달랐습니다. 혼자 밖을 돌아다니며 일하니 생각할 시간이 많고, 무엇보다 제가 잃어버린 것들이 자꾸 눈에 보였습니다.

저쪽에 지나가는 차가 망하면서 팔아 버린 제 차와 같은 모델이었습니다. 송도 같은 신도시에는 아이들이 많고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배달하다 보면 자꾸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리 티를 안 내려 해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렇게 우울해진 채로 집에 와서 혼자 밥을 해 먹고 있으면, 가끔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바닥까지 가라앉고 나서 꿈이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밑으로 가라앉다가, 바닥에서 아주 중요한 걸 배웠습니다.

망하기 전의 꿈은 거창하고 막연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딱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왜 불행한지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없어도 괜찮은 것과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조금씩 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못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 게임을 못 한다고 불행한가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막연했던 꿈이 아주 구체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가고 싶다’는 거기서 끝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 마쓰야마의 시골 동네에 가서 한적하게 산책하고 싶다’라고 하면 어떤가요. 훨씬 명확해집니다. 다시 말해 방향성이 생긴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해 온 일은 회사의 브랜딩이었기 때문에, 그걸 나라는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는 저도 막연했고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망하고 나니, 물론 망한 건 슬프지만, 목적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이것이 브랜딩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실제로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망한 덕분에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입니다.

꿈에서 거꾸로 거슬러 오면 오늘 할 일이 보입니다

제가 망하고 나서 갖게 된 꿈은, 조금 부끄럽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기준으로는 이미 망했지만, 망했어도 꿈 정도는 가질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꿈을 이루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빚을 갚고 자산을 복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급여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었고 AI 때문에 그마저도 간당간당했습니다. 결국 사업을 만들어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이 한 푼도 없습니다. 가진 자본이라고는 이 몸 하나뿐이니, 그것만으로 혼자 키울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유튜브를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키우려면 대본을 써야 합니다. 매주 한 편씩 내려면 정말 빡세게 써야 합니다. 대본을 쓰고 촬영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배달도 제때 잘 나가야 하고, 생활비도 아껴야 합니다.

이렇게 ‘꿈을 이루려면 뭘 해야 하지? 그러려면 또 뭘 해야 하지? 그럼 지금 뭐부터 해야 하지?’ 하고 인과를 거꾸로 타고 올라가니, 일 하나를 할 때도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유튜브도 ‘하다 보면 되겠지’가 아니라, 지금 대본을 써야 촬영을 하고, 오늘 촬영해야 이번 주에 영상을 올리고, 영상을 올려야 채널이 크고, 채널이 커야 내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말한 꿈까지 쭉 이어지니, 지금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작게라도 이유가 생겼습니다.

꿈에서 오늘까지
꿈에서 거꾸로 따라 내려오면 오늘 할 일이 나온다
꿈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만든다
망했어도 꿈 정도는 가질 수 있다
1
빚을 갚고 자산을 복구한다
급여만으로는 답이 없다
2
몸 하나로 혼자 키울 사업을 만든다
자본은 없고 가진 건 나 자신뿐 → 유튜브
3
매주 대본을 쓰고 촬영한다
영상을 올려야 채널이 크고, 채널이 커야 상품을 만든다
오늘
배달을 제때 나가고 생활비를 아낀다
대본 쓰고 촬영할 시간을 지키는 일
똑같은 하루라도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가 생긴다.

똑같은 하루에 앞으로 가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사실 제 하루가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유튜브를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다 보니 루틴이 알아서 잡힌 부분이 있을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폰부터 열어 어젯밤 잠들기 전 메모해 둔 잡생각을 옮겨 적습니다. 오전 배달을 나가서는 머릿속으로 그걸 짜 맞추며 대본 뼈대를 세웁니다. 밥값을 아껴야 하니 집에 와서 점심을 해 먹으며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아직 밝히기는 어렵지만 제 상품을 위한 사업 준비를 합니다. 오후 네다섯 시쯤 다시 배달을 나가 머릿속으로 대본을 쓰고, 집에 돌아와 밥을 하면서 촬영을 하거나 다시 대본을 쓰러 갑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이 그냥 먹고사는 하루입니다. 예전에는 이게 하루하루 버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제 미래와 목표까지 이어져 있다는 걸 알고 나니, 하루만 놓고 보면 여전히 똑같은데도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 진도를 빼고 있다는, 앞으로 가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 감각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목표와 이어져 있다는 데서 오는 감각.

그 감각은 1인 브랜딩의 서사와 일관성이 됩니다

저는 이 감각이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는 데 두 가지 큰 장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 감각을 따르는 삶이 그 자체로 서사가 됩니다. 1인 브랜딩에서 브랜드는 바로 나입니다. 그리고 브랜딩은 ‘-ing’, 진행형입니다. 그러니 1인 브랜딩이란 결국 나를 길러 가는 이야기 자체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내가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만으로 나라는 브랜드의 기본 서사가 깔립니다.

둘째, 그 서사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감각은 지금 하는 일이 목표와 연결되어 있을 때 생긴다고 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콘텐츠를 만들 때도 그런 소재는 쓰지 않게 됩니다. 어떤 행동이든 목표와 맞는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콘텐츠와 태도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내 서사에 맞는 이야기만 하게 되니 방향이 틀어지거나 새지 않습니다.

목표와 이어진 감각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 그대로 브랜딩이 된다
서사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
일관성
목표와 맞지 않는 소재는
자연스럽게 빠진다
=
1인 브랜딩
나를 길러 가는
진행형의 이야기
단, 과정 중계가 아니라 보고 배우고 느낀 것 중 보는 사람에게 가치 있는 것을 담는다.

과정을 보여 주되 일기장이 되지 않게 합니다

물론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해서 ‘오늘 배달했어요, 점심은 이걸 먹었어요, 우울해서 빵 샀어요’ 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건 일기장입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콘텐츠이니,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 가운데 보는 분들께 가치를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는 책이나 다른 곳에서 지식을 긁어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배우고 고민하고 느낀 가치를 나누는 것입니다. 당연히 내 태도와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덕분에 나 자신에 대한 브랜딩도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생각해 보니 이 글 자체가 그 예시인 것 같습니다.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계신가요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마흔 살,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저도 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꿈은 끝까지 꿈으로 남을 수도 있고, 기한을 정해 둘 수도 없으니 언제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대본을 쓰고 편집하면서 눈곱만큼이라도 앞으로 가고 있다는 감각을 지키는 것만으로, 적어도 꿈이 있는 방향으로 한 발짝씩은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꿈은 얼마나 구체적인가요? 그리고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계신가요?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18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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