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쓸데없는 고집이 1인 브랜딩에서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됩니다

2026.01.18

쓸데없는 고집이 1인 브랜딩에서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됩니다

“너는 왜 그렇게 쓸데없는 데에 고집을 부리냐?”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분께 이 글을 권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라면 이런 고집은 협업을 해친다는 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그럴 거면 나가서 네 사업 해라”라는 말까지 듣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회사를 떠나 자기 힘으로 일어서려는 사람, 그래서 유튜브로 콘텐츠를 만들고 나를 브랜딩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 쓸데없는 고집이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고집 때문에 일을 하나 말아먹은 이야기부터, 그 고집을 지금 유튜브 브랜딩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까지 차례로 풀어 보겠습니다.

남의 사진으로 파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샘플을 전부 샀습니다

예전에 잠깐 스마트스토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무재고 위탁판매가 한창 유행하던 때라 저도 여기저기 찾아 공부하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도매 사이트에 있는 상품 페이지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되고,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위탁이든 아니든 판매자가 내 이름이면 그건 내 브랜드니까요.

사입할 돈이 있던 것도 아닌데, 결국 다 직접 찍기로 했습니다. 상품 하나를 올릴 때마다 샘플을 사고, 당시 살던 방 한쪽에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어 사진을 전부 새로 찍었습니다.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는 저도 압니다. 위탁판매 마진과 광고비를 생각하면 샘플값도 못 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분석 도구로 상품을 잡고 광고 효율과 리뷰, 노출 순위를 관리하는 게 숫자로는 맞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 낭만이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고객은 위탁인지 아닌지 모르고 판매자를 보고 삽니다. 그렇다면 상품뿐 아니라 그걸 파는 나 자신의 브랜딩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잘 팔리든 안 팔리든 사진과 상세페이지부터 직접 만들었습니다.

숫자로는 틀린 고집이었고, 결국 스토어를 접었습니다

당연히 돈은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제 인건비까지 기회비용으로 잡았다면 아마 적자였을 겁니다. 그래도 매출은 꽤 괜찮아서 파워 등급은 바로 달았고, 한 달만 더 가면 빅파워였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순익이 잘 나오던 김치를 대 주던 사장님이 갑자기 위탁을 접겠다고 했습니다. 멘붕이 와서 전화로 기회를 좀 달라고 하소연했더니, 사장님은 오히려 저를 이상하게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걸로 뭘 호들갑이냐, 스토어 순위랑 리뷰 남아 있으니까 다른 공장 찾아서 그대로 팔면 되지 않냐, 다들 그렇게 한다.”

저도 머리로는 압니다. ‘리뉴얼’, ‘개선’ 같은 말을 붙여 다른 상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그 제품이 아니고, 사진으로 속이는 일입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으니 현타가 세게 왔고, 갑자기 너무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역시 자기 상품이 없으면 브랜드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없구나 싶어 결국 스토어를 접었습니다. 숫자로 따지면 정말 쓸데없는 고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집의 성과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그 고집으로 찍은 사진이 몇 년째 팔리고 있습니다

샘플을 전부 사서 직접 찍었다고 했지요. 처음에는 허접했지만 1년 가까이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조금씩 붙었습니다.

스토어를 접고 나니 찍어 둔 사진이 아까워서 어도비, 셔터스톡, 크라우드픽 같은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 올려 두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 올린 사진으로 5년째 야금야금 과자값 정도를 벌고 있고, 얼마 전에는 해외에서 김치 사진 한 장이 250번이나 팔리기도 했습니다.

올린 사진이 200장 언저리라 파이프라인이라 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데 판매자 프로필을 보고 연락이 와서 한 한정식집의 메뉴 사진 외주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남의 상품을 팔던 스마트스토어는 진작에 망했습니다. 그런데 제 고집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진 찍는 실력이 됐고, 콘텐츠라는 상품이 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망한 고집에서 배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경험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세 가지 배웠습니다.

아카이빙이 새로운 기회를 만듭니다

내 발자국을 플랫폼에 모아 두면 새로운 기회로 이어진다는 것을 직접 겪었습니다. 이미지를 갖고만 있었다면 팔릴 일도, 누가 알 일도 없었을 겁니다. 누군가 볼 수 있는 곳에 흔적을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콘텐츠는 한 번 만들면 계속 남는 상품입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할 때는 콘텐츠의 힘이 이렇게 크게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 수입이 되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몇 년 전에 만든 것이 지금까지 팔리는데, 아무리 팔려도 복제일 뿐이니 원본은 그대로 남습니다. 유지비도 재투자도 없이 소비가 계속 일어나는 상품입니다. 이보다 좋은 조건이 있을까요?

고집은 낭만을 지키는 일입니다

가성비도 안 나오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는 그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고집은 낭만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그렇게 했다면 진작 잘렸을 겁니다. 하지만 1인 브랜드에서 고집은 자기 신념과 태도를 잃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고집이 방향을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고 추진력을 더해 주니, 결과적으로 내가 선택한 길을 맞는 길로 만들어 줍니다. 고집부리다 말아먹은 일이 남들 눈에는 오답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답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합쳐 저 자신에게 과제를 하나 냈습니다.

“내 쓸데없는 고집을 콘텐츠로 남긴다.”

망한 고집에서 배운 세 가지
흩어진 교훈을 하나의 과제로 합친다
아카이브
보이는 곳에
흔적을 쌓는다
+
콘텐츠
한 번 만들면
계속 남는 상품
+
고집
비효율이어도
낭만을 지킨다
=
나의 과제
내 쓸데없는 고집을
콘텐츠로 남긴다
스토어는 망했지만 고집으로 찍은 사진은 상품이 되어 남았다

브이로그는 고집을 드러내기 가장 좋은 형식입니다

이런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 유튜브이고, 그중에서도 고집을 드러내기 좋은 수단이 브이로그라고 생각합니다. 고집의 요소들을 영상의 장치로 녹이기 좋기 때문입니다. 제 영상에 제 세계관을 어떻게 녹였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을 제 하루와 하나씩 맞췄습니다

제 영상은 배경의 순서가 늘 똑같습니다. 어떤 이야기든 지켜야 하는 기본 요소인 서론, 본론, 결론을 제 현실과 일대일로 맞췄기 때문입니다. 브랜딩과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채널이니 구성부터 그렇게 짜고 싶었습니다.

  • 서론. 영상 앞부분에는 항상 밖에서 배달하거나 현관으로 귀가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 본론. 가운데에서는 항상 주방에서 밥을 합니다.
  • 결론.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밥을 먹으면서 합니다.

이 구조에 제 삶의 태도를 담았습니다

밖에서 돈을 벌고 일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인생에서는 어디까지나 서론입니다. 나를 먹여 살리려고 주방에서 밥을 하는 시간이 하루의 본론이고, 온전히 나를 위해 나에게 밥을 먹이는 시간이 하루의 결론입니다.

서론에 목매느라 정작 중요한 본론과 결론을 놓치고 살면 안 됩니다. 돈을 버는 궁극적인 이유는 나를 잘 먹이고 잘 살려 내는 것이니까요.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해야지 하는 건 결국 못 합니다. 지금 나에게 못 해 주는 걸 나중에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성비가 안 나와도 이걸 지키는 것이 제 고집입니다.

브이로그에 세계관을 녹이는 법
영상의 구성과 하루의 무게를 맞춘다
서론
밖에서 일하기
배달하거나 현관으로 귀가하는 장면
돈 버는 일은 인생의 서론
본론
주방에서 밥하기
나를 먹여 살리려고
밥을 짓는 시간
결론
나에게 밥 먹이기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밥을 먹으면서 한다
지금 나에게 못 해 주는 걸 나중에 할 수는 없다 — 가성비가 안 나와도 지키는 고집

세계관은 거창한 설정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입니다

고집을 영상 구성 같은 기획 요소로 녹이고,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나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생활’과 맞물리게 하면 나라는 브랜드의 태도와 신념이 드러납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사는 걸 좋아한다’는 것들이 쌓이면 나라는 브랜드의 세계관이 완성됩니다.

세계관이라고 하면 보통 거창한 설정을 떠올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관은 말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1인 브랜드에게 세계관이란, 내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내 인생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집을 갖고 있는지를 콘텐츠에 녹여 내는 것입니다.

의심은 하되, 신념이 있는 고집은 지키세요

여러분에게도 분명히 자기만 가진 고집 포인트가 하나씩 있을 겁니다. 누군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눈치를 봐야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압니다. 타협하지 말고, 자기 고집을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고집이 아집이나 자기합리화가 되지 않도록 계속 의심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고집이 맞는지 틀린지는 나 자신밖에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자신을 믿을 분명한 근거, 즉 신념이 있다면 그 고집은 지키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을 들어 주는 든든한 아군, 나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런 고집이 쌓이면 여러분의 세계관이 되고, 결국 여러분을 대체 불가능한 1인 브랜드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 글로 퍼스널 브랜딩의 가장 기초라고 생각하는 1단계, 내 감정을 찾고, 나를 좋아하고, 내 고집을 지키며 나라는 브랜드의 형태를 잡는 이야기를 마칩니다.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법, 콘텐츠를 쓰는 법은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9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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