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40살, 사업이 망하고 이혼하면서 배운 딱 한 가지
2026.05.31

3년 전만 해도 제가 전 재산을 날리고, 이혼하고, 배달을 하며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마흔 살의 저는 조금 더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살던 세계에서 조금씩 밀려나, 어느새 사회가 말하는 낙오자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망하고 나서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인생관이 바뀔 만큼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몇 년만 일찍 알았어도 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망한 덕분에 배운 그 한 가지를 나눠 보려 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억울했습니다
멘탈 관리를 아무리 잘하려 해도 정도가 있습니다. 가진 것이 다 사라지고 나면 처음에는 비관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데 나는 돈이 없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보호자란에 적을 이름이 없습니다. 이렇게 나에게 없는 것들이 계속 나를 괴롭히니, 처음에는 너무 억울해서 상황과 환경을 원망했습니다. 나쁜 짓을 한 것도,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이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로, 잘못한 건 없었습니다
웃긴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사실이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 왔을 겁니다. 저도 매번 그랬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만, 4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똑같이 스타트업에 모든 것을 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망할 걸 알았다면 당연히 안 했겠지만, 4년 전의 제가 그걸 알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때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결과가 나쁠 수는 있습니다. 요즘 말하는 ‘쉬었음 청년’도, 저 같은 ‘망했음 중년’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뭔가 안 된다고 해서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을 뿐입니다.
주도권이 다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상황이나 환경을 탓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내 선택이었다고 받아들이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주도권은 나에게 있습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붙잡혀 후회하는 대신,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고민이 훨씬 건강한 쪽으로 흘러갑니다.
최선의 선택의 기준은 더 행복해지는 쪽입니다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일까요. 결혼하던 때의 저에게는 결혼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몇 년 뒤의 저에게는 이혼이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무엇이 기준이었기에 정반대의 선택이 나왔을까 생각해 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 상황에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관계나 논리, 돈을 기준으로 한 선택은 결과와 상관없이 나중에 후회가 남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행복해지려고 한 선택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가 남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망하고 나서야 이걸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그때 그럴걸’ 하고 후회만 하는 것이 지금의 저에게 최선의 선택일까요? 아닙니다. 망한 건 괴롭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모든 선택을 ‘내가 더 행복해지는 쪽’을 기준으로 해 보기로 했습니다.
- 남들이 하니까, 계산상 맞으니까
- 결과가 좋아도 후회가 남기도 한다
- 잘 안되면 상황과 환경을 탓하게 된다
- 결혼도, 이혼도 이 기준으로 골랐다
- 결과가 나빠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 주도권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먼저, 밥부터 제대로 차려 먹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먹는 것이었습니다. 식비를 아끼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슬픈 배달 음식 증후군’ 때문이었습니다. 이름까지 붙어 있는 걸 보면 저만 그런 건 아니었나 봅니다. 혼자 배달 음식을 먹고 일회용기를 치울 때면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래서 배달 앱을 거의 끊고 웬만한 건 집에서 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예쁘게 차리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규칙을 정했습니다. 반찬통째로 꺼내 놓고 먹지 않기, 먹으면 바로 설거지하기. 이것만 지켜도 혼자 살면서 덜 망가집니다.
정말입니다. 망한 직후 제 집은 쓰레기장 같았습니다. 배달 용기가 쌓여 있고 지저분한, 인터넷에서 보는 바로 그런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진을 봐도 놀랍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너무 잘 이해가 되니까요.
그런데 라면 하나를 끓이더라도 그릇에 옮겨 담고 토핑을 올리고, 어떻게 하면 더 예쁠까 고민하다 보면 식기와 조미료가 하나씩 생깁니다. 그러면서 집이 저절로 정리됩니다. 집이 깨끗해지니 이상하게 용기가 생겼습니다.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요. 그 선택은 최선이 맞았습니다.
그다음, 시간을 콘텐츠에 저축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 나락에서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였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당연한데, 그 와중에도 미래의 나를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배달만 계속해서 미래의 내가 행복할까?
그때 떠오른 것이 콘텐츠였습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습니다. 돈을 불리려면 투자나 저축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도 이자가 쌓이는 수단은 콘텐츠뿐이었습니다. 블로그든 스레드든, 모든 콘텐츠는 쌓일수록 이자가 붙습니다. 그렇다면 그중 금리가 가장 높은 곳에 시간을 저축하는 것이 최선이고, 저에게는 그게 유튜브였습니다.
- 원금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다
- 망한 상황에서는 쓸 수 없는 수단
- 블로그든 스레드든 쌓일수록 이자가 붙는다
- 그중 금리가 가장 높은 곳 → 유튜브
유튜브를 하기로 하자 또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양산형 숏폼을 할까, 예능감 있게 캐릭터를 잡을까, 내 사업을 만들어 붙일까. 고민될 때마다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쪽을 골랐고,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작업실 겸 스튜디오를 만들어 그곳에서 컨설팅과 강의를 팔고 유튜브를 찍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고 수익도 나기 시작한 걸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틀리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
최선의 선택이 좋은 결과만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최선의 선택이 좋은 일만 가져다주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연히 계약을 갱신할 생각이었는데,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한 달 남짓 안에 방을 빼 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해 보려고 세탁기와 냉장고도 사고, 구독자분들을 모실 생각에 설레던 참이라 처음에는 멘탈이 꽤 흔들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환경을 탓했을 겁니다. 지금도 억울한 기분이 없지는 않지만, 여기서 우울해하는 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왕 이사를 가는 김에, 사람들이 더 쉽게 찾아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강의실 겸 스튜디오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촬영 공간을 새로 세팅하는 과정도 콘텐츠가 될 수 있으니,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막막하긴 합니다. 혼자 살림을 꾸린 뒤 첫 이사라 무섭기도 하고, 돈 들어갈 걸 생각하면 배달도 더 오래 해야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지금, 가장 행복한 쪽을 골라 보세요
지금 막막하거나,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지나간 일이 후회되고 원망스럽다면 거창한 미래 말고 지금 당장의 선택부터 해 보세요. 내일 저녁 메뉴를 고르는 일이라도 좋습니다. 나에게 가장 행복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한 번씩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틀림없이, 스노볼이 굴러가기 시작할 겁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28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 이사와 새 스튜디오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유튜브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과정이 자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