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유튜브 주제를 못 정하겠다면,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부터 물어보세요

2026.01.04

유튜브 주제를 못 정하겠다면,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부터 물어보세요

유튜브를 해 보기로 마음먹은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무슨 주제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주제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없으니 방향을 못 잡는 것뿐입니다. 기획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나를 브랜딩하는 첫 단계, 나 자신을 정의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좋아하는 것보다 먼저 정해야 할 전제가 있습니다

유튜브 시작법을 찾아보면 상당수가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좋아하는 걸 해라.” “잘하는 걸 해라.” “나만의 주제와 키워드를 잡아라.”

다 맞는 말 같지만, 저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대개 남들이 좋다는 걸 따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든 브랜드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입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나를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나’라는 주어가 있어야 동사가 붙습니다.

유튜브 주제를 정하는 순서
주어가 있어야 동사가 붙는다
1
나는 누구인가
어떤 감정을 먹고 사는 사람인가, 그 감정의 뿌리는 어디인가
2
좋아하는 것 · 잘하는 것 · 하고 싶은 것
나를 표현하는 수단. 주어가 정해진 뒤에야 흔들리지 않는다
3
주제 · 포맷 · 키워드
알맹이가 갖춰지면 얼마든지 기획할 수 있다
2부터 시작하면 남의 옷을 입고 춤추게 된다 — 순서가 틀렸을 뿐이다.

남의 옷을 입고 춤추면 금방 지칩니다

예전에 잠깐 유튜브 레슨을 했을 때도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 보니 지치고, 누가 잘됐다고 하면 따라 하고, 뜨는 키워드를 좇아갑니다. 내 옷이 아닌 남의 옷을 입고 춤추니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중심축이 없으니 ‘좋아하는 것’도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나는 나에게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를 알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퍼스널 브랜딩이 누구나 쉽다고 말하는 분들을 믿지 않습니다. 상품은 사업 구조와 스펙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사람은 엄청나게 모순적입니다. 나에게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나 자신이니까요.

좋아한다는 마음이 방어기제일 때도 있습니다

철석같이 좋아한다고 믿은 것이 사실은 결핍에서 온 방어기제일 때가 있습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 이유가 브랜드의 스타일이나 가치가 아니라, 어릴 적 상처 때문에 ‘나를 무시하지 마’라는 마음으로 명품을 붙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이 명품 리뷰어로 자신을 브랜딩한다면, 할 수는 있어도 행복하게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활동이 주는 감정이 행복보다 상처에 닿아 있어서, 할수록 공허하고 번아웃이 쉽게 옵니다. 결국 접고, 좋아하는 일조차 못 해냈다고 자책하며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런 이유가 있다면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그 감정의 뿌리를 알고 하느냐 모르고 하느냐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뜻입니다.

감정의 뿌리를 알면 방향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이걸 구분하려면 좋아하는 감정의 이유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가지 못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릴 때부터 쌓아 온 검은 상자가 있고, 그 안의 상처를 열어 보는 일은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면하고 나면, 설령 그 감정이 상처에서 왔더라도 인지하는 순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얻고 싶은 감정의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요리 유튜브를 금방 접은 진짜 이유

저는 5년 전에 요리 유튜브를 했다가 영상 몇 개 만에 접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기에, 좋아하는 일조차 지속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압니다. 요리할 때의 감정을 계속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어릴 때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고, 밥이라도 잘하면 인기가 있겠다 싶어 요리를 배웠습니다.

제가 채우고 싶었던 감정은 요리의 즐거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 즉 효용감이었습니다. 요리는 그 감정을 쉽게 얻는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요리 유튜브는 과정과 결과만 보여 주니 그 보상이 채워지지 않았고, 그래서 금방 지친 것입니다.

감정의 뿌리 파고들기 · 요리 유튜브
좋아한다고 믿었던 것 아래에 진짜 원하는 감정이 있었다
표면
요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요리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몇 편 만에 지쳤다
이유
밥이라도 잘하면
외모 콤플렉스, 그래도 인기를 얻고 싶어서 배운 요리
뿌리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원한 건 요리가 아니라 효용감. 과정만 보여 주는 영상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콤플렉스를 인정하기 싫어 이런 속마음을 외면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거울 속의 나에게 물어볼 질문들

여러분도 거울 속의 나와 이야기를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 지금 ‘좋아서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좋아하는 게 맞는가?
  • 그 행위 자체가 좋은가, 그 행위가 주는 감정이 좋은가?
  • 그 감정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결핍이나 상처를 덮어 주는가?
  • 되고 싶은 나를 연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 싫은데 다른 사람의 기대를 채우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인정하기 싫은 답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지만 해도, 지속해서 행복을 느낄 감정을 찾으면 방향성과 지속성이 엄청나게 튼튼해집니다. 어떤 주제를 하든 쓰러지지 않는 브랜드의 기둥이 됩니다.

같은 주제라도 필요한 감정이 다르면 콘텐츠가 달라집니다

필요한 감정을 찾으면 그걸로 콘텐츠를 지속 가능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 A와 B가 똑같이 강의를 유튜브로 만든다고 해 보겠습니다.

A 선생님은 저처럼 효용감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정말 도움이 됐구나’ 하는 감정을 계속 얻어야 하니,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주며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는 형식이 오래갑니다. A에게 유튜브는 자기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B 선생님은 주목받고 인정받을 때, 권위를 느낄 때 행복합니다. ‘역시 내 말이 맞았다’는 확인이 필요하니, 주장을 먼저 내세우고 자료와 논증으로 결과를 보여 주는 형식이 오래갑니다. B에게 유튜브는 자기 지위를 재확인하는 수단입니다.

같은 주제, 다른 감정
어떤 감정을 먹고 사는지가 오래가는 포맷을 정한다
A 선생님 · 효용감
“정말 도움이 됐구나”
  •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준다
  •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는 포맷
  • 유튜브 =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
B 선생님 · 인정과 권위
“역시 내 말이 맞다”
  • 주장을 먼저 내세운다
  • 자료와 논증으로 결과를 보여 주는 포맷
  • 유튜브 = 지위를 재확인하는 수단
A가 B의 방식을 따라 하면? 기획이 완벽해도 재미가 없어 결국 접는다.

만약 A가 자신에게 필요한 감정을 모른 채 B의 방식을 따라 했다면, 기획이 아무리 완벽해도 재미가 없어 그만뒀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접는 채널이 굉장히 많습니다. 주제와 형식은 알맹이가 갖춰진 뒤에 얼마든지 기획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를 알면 가는 길은 옵션이 됩니다

기업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은 뒤에 비전과 슬로건, 그다음에 캠페인이 나옵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내 감정을 정확히 알면 마음에 명분이 생기고, 명분이 있으니 용기가 나서 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맞춰집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얻고 싶은 감정을 따라가기만 해도, 그게 나라는 인생 콘텐츠의 방향이 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건 감정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목적지를 아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그저 옵션입니다. 부산에 가기로 했다면 버스든 기차든 상관없고, 좀 돌아가도, 나이가 많아도 괜찮습니다. 휴게소에서 알감자를 먹든 성심당을 들르든 목적지는 그대로니까요.

이렇게 나라는 브랜드의 ‘여정’이 설계됩니다. 사람을 도울 때 행복한 A 선생님은 그 일을 계속할 힘이 있고, 히스토리가 쌓이면 그 분야의 사람으로 자리 잡아 더 행복하게 지속할 기회를 얻습니다. 삶이 계속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좋은 브랜드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브랜딩이 아니라 정신 수양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게 맞습니다. 회사든 개인이든 브랜딩의 목적은 결국 나를 좋아해 달라는 것이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유튜브 주제를 정하기 전에, 거울 앞에서 위의 질문들에 하나씩 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지속해서 얻고 싶은 사람인지 알게 되면 주제는 생각보다 쉽게 따라옵니다. 저도 앞으로의 이야기를 강좌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기록으로 나누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7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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