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퍼스널 브랜딩이 싫었던 17년 차 브랜드 마케터가 나를 브랜딩하는 순서

2025.12.28

퍼스널 브랜딩이 싫었던 17년 차 브랜드 마케터가 나를 브랜딩하는 순서

저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싫습니다. 브랜딩이 중요한 건 맞지만, 마법의 치트키처럼 쓰이는 게 싫었습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AI 시대에 회사에 다니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려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에게 나를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 공식 대신, 17년 동안 회사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온 방식 그대로 저를 브랜딩하기로 했습니다. 고객만 회사에서 사람들로 바꾸면 나머지는 똑같습니다.

팔 수 있는 밑천이 나 하나뿐이었습니다

나를 브랜딩하겠다는 건 내 가치를 직접 만들어 팔겠다는 뜻입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저에게는 이것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혼자 살아남으려면 뭔가를 팔아야 하는데, 망해서 돈이 없으니 팔 만한 밑천은 제 몸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을 팔고, 그걸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야 합니다.

망했다고 꿈을 접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망했으니 더더욱 내 일을 키워야 하고,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면 아무도 나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브랜딩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저도 퍼스널 브랜딩을 검색해 봤습니다. 따라 하기만 하면 경제적 자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제가 해 온 일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회사가 브랜드 하나에 수억, 수십억 원을 쓰는 건 브랜드가 곧 사업을 이어 가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될까요? 자본이 없으니 오히려 더 치열하게 기획해야 합니다. 내 인생이 걸린 일이니까요.

유튜브는 나를 상품화하는 콘텐츠 자영업입니다

회사가 브랜드로 먹고살듯 내가 나를 팔아 먹고살겠다는 것이 나에 대한 브랜딩이고, 그래서 제게 유튜브는 콘텐츠 자영업입니다. 저는 브랜드 디렉터이자 프로듀서이고, 동시에 모델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나’라는 장르가 묻어나는 브랜디드 콘텐츠여야 합니다.

회사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나를 브랜딩합니다

회사에서 상품을 출시할 때 사업성과 시장성을 먼저 검토한 뒤에 브랜드를 띄우듯, 저도 제가 해 온 방법대로 접근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물건을 예쁘게 포장한다고 브랜딩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먼저 내 영상에 시간을 써 준 분들께 어떤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을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며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떠올려 봤습니다.

브랜딩의 본질은 어디서나 같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회사의 브랜드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얼굴인 대표를 볼 때 어떻게 하면 더 신뢰와 친근감을 느낄지를 고민했고, 백종원 유튜브 채널 기획도 그 일의 하나였습니다. 마지막 회사에서 대표 브랜드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명 배우를 모델로 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는 일은 조금씩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습니다.

  •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할까.
  •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우리 메시지를 들어 줄까.

이게 브랜딩이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콘텐츠입니다.

고객이 바뀌었으니 리브랜딩입니다

이렇게 보니 고객만 바꾸면 나머지는 알아서 맞춰졌습니다. 회사에 다니지 않기로 했으니, 저를 소비하는 주체가 회사에서 여러분으로 바뀐 것입니다.

고객이 바뀌었다면 나라는 브랜드의 포지션, 캠페인 전략, 메시지, 가치도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일종의 리브랜딩인 셈입니다.

나를 브랜딩하는 여섯 가지 요소

앞으로 저를 리브랜딩하는 과정을 보여 드리며, 나를 브랜딩하는 핵심 요소 여섯 가지를 차례로 다루겠습니다.

  1. 나를 정의하는 것
  2. 내 서사를 다듬는 것
  3. 스타일과 세계관을 말하는 것
  4.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
  5.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것
  6. 가치를 교환하는 것
나를 리브랜딩하는 순서
지반 공사부터 차곡차곡 쌓는 여섯 가지 요소
1
나를 정의한다
브랜드의 본질인 ‘나’부터
2
서사를 다듬는다
살아온 이야기를 정리한다
3
스타일과 세계관을 말한다
나만의 관점을 드러낸다
4
같은 생각의 사람을 모은다
결이 맞는 사람들
5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나눈다
콘텐츠로 꺼낸다
6
가치를 교환한다
수익으로 이어진다
회사의 브랜딩과 같은 방식. 바뀐 건 하나, 고객이 회사에서 사람들로 바뀌었다.

지반 공사부터 차곡차곡 하는 방식입니다. 누군가는 낡은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이게 여전히 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이 AI와 싸우지 않는 분야에서 AI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결국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과정입니다.

사람이 나오는 브이로그를 고른 건 AI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자기 경험과 생각을 말하는 브이로그가 AI 시대에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생존법이라고 봤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그 가장 큰 이유가 AI입니다.

AI 영상이 쏟아지면서 유튜브 판이 많이 바뀌었고, 구글은 AI로 쉽게 찍어 낸 영상을 눈에 불을 켜고 걸러 내고 있습니다.

진짜 사람의 경험인지 가려내는 시대

예를 들어 구글은 원래 검색에서 쓰던 신뢰도 평가 기준인 EEAT를 유튜브에도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쉽게 말하면, 같은 경험이나 지식을 다룬 영상이라도 올리는 단계에서 이미 AI가 먼저 보고 ‘이건 정말 사람이 자기 경험을 말한 건가, 아니면 AI가 그럴싸하게 쓴 건가’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글과 사진도 AI가 진위를 판별하는 시대에 유튜브가 모를 리 없습니다. AI로 쉽게 만든 영상은 노출을 줄이거나 채널을 정리하겠다는 흐름이니, AI가 쓰고 AI가 읽어 주는 영상은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부족해도 사람이라서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AI를 활용한 유튜브를 생각했지만 준비할수록 전망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 얼굴, 제 목소리, 제가 쓴 글. 보시다시피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오히려 사람이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겠다고 판단했습니다. AI가 쉬워질수록 이렇게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브이로그는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나에게 쉽다는 건 옆집 철수에게도 쉽다는 뜻이고, 누구나 쉽게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이런 주관적인 리얼리티입니다.

AI 시대의 유튜브
쉽게 만든 영상은 시한폭탄, 사람의 이야기는 경쟁력
AI로 찍어 낸 영상
누구에게나 쉽다
  • AI가 쓰고 AI가 읽어 주는 영상
  • 플랫폼이 먼저 걸러 낸다
  • 쉬운 만큼 경쟁자도 끝없이 늘어난다
사람이 나오는 브이로그
흉내 낼 수 없다
  • 내 얼굴, 내 목소리, 내가 쓴 글
  • 부족해도 진짜 사람의 경험
  • AI가 쉬워질수록 더 귀해지는 주관적 리얼리티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장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확신을 갖고 유튜브를 시작했고,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여러분이 제 이야기를 보고 계신다는 게 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획을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언젠가 유튜브를 할 계획이라면 가능한 한 자기 자신을 주제로 하셨으면 합니다. 저도 브랜드 구축, 원고 쓰기, 촬영과 편집, 지속하는 법을 공유하겠습니다. 다만 막 시작한 초보가 가르치겠다는 게 아니라, 일종의 기획 검증입니다.

기업 채널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중점을 둔 것들, 브랜드 캠페인을 할 때 신경 쓴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저 유명인이라서, 혹은 회사에 돈이 많아서 잘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긴 기획과 경험을 제 채널에 그대로 반영했는데도 똑같이 잘된다면,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내가 누구인지부터 질문해 보세요

다음 글부터는 여섯 가지 중 첫 번째, 브랜드의 본질인 ‘나’를 정의하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다짜고짜 되고 싶은 나를 만들라거나, 키워드를 잡으라거나, 누군가를 보고 따라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부터 묻는, 일종의 브랜드 콘셉트 기획입니다.

무거운 주제라 걱정도 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동기를 얻는다면 그것만 믿고 이어 가겠습니다.

덧붙이면, 이 영상을 올린 날은 마침 제 생일이었습니다. 그날로 빼도 박도 못하게 40살이 됐습니다. 저라는 브랜드의 생일이기도 하니, 여러 의미로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6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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