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1인사업은 지금 나한테 있는 것부터 꺼내 연결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2026.05.17

저도 제가 유튜브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있으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런데 유튜브를 하는 것과 유튜브로 돈을 버는 것은 사실 완전히 별개입니다. 콘텐츠는 트래픽을 만드는 예능적인 감이고, 수익화는 그 트래픽을 돈으로 바꾸는 사업적인 감입니다. 필요한 능력이 다르다 보니, 이 차이를 모르면 수익화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콘텐츠에는 어느 정도 공식이 있어서 재능이 없어도 열심히 하면 어느 선까지는 올라옵니다. 하지만 수익화는 배워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부분 “감을 잡기 어렵다”고 하시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흔히 사업 감각이라고 부르는 그 감을 길러야 합니다.
이 글은 그 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인사업은 지금 나한테 있는 것을 전부 꺼내 놓고, 그것들을 하나씩 연결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제가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보시면서 각자 상황에 대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있는 걸로 해”가 사업의 출발점입니다
제가 1인사업을 만들 때 가장 도움이 된 문장이 있습니다. 어릴 때 이런 잔소리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사긴 뭘 사! 일단 있는 걸로 해!”
어릴 때 집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서였는지, 저는 이 말이 ‘우리 집은 살 돈이 없으니 포기하라’는 소리처럼 들려서 싫었습니다. 결핍을 건드리는 말 같았거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비즈니스를 설명하기에 이만한 말이 없었습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든 사업은 결국 지금 있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없는 건 없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재료를 다 꺼내 놓은 다음 바느질하듯 이어 붙이면 그게 내 깃발이 됩니다.
기업은 조직, 자본, 인프라처럼 꺼낼 재료가 많으니 깃발도 그만큼 커집니다. 하지만 1인에게는 그런 무기가 없습니다. 혼자 벌려면 모든 리소스가 나에게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을 전부 꺼내 보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몰려 있을 때는 단점만 보입니다
문제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 겁니다. 사실 먹고살 만했다면 애초에 사업이고 유튜브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절박하고, 돌파구가 필요하고, 당장 돈을 벌 궁리를 해야 하니까 유튜브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지요. 저도 심리적으로 많이 몰려 있었고 우울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지?’ 하고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죄다 단점밖에 안 보입니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내가 이걸 어떻게 하고, 돈이 좀 있었으면 달랐을 텐데. 계속 부정적으로만 흘러가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변화를 만들려면 냉정하게 나를 봐야 하는데, 이때 ‘일단 있는 걸로 하자’는 마음가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정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갖고 있는 것을 꺼내서 그걸로 실행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어디에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앞일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나한테 있는 것을 네 가지로 꺼내 놓았습니다
저는 마음속에 선을 크게 그어 놓고, 가진 것을 다 꺼내서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내가 경험한 것, 나에게 일어난 사건,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나 신념입니다. 예시로 몇 개씩만 적으면 이렇습니다.
- 경험한 것. 콘텐츠 마케팅, 브랜딩, 배달, 상하차
- 일어난 사건. 이혼, 사업 실패, 퇴사, 우울증
- 좋아하는 것. 요리, 여행, 음악, 드라이빙
- 중요한 가치. 눈치 보지 않기, 시간의 자율성, 내 활동 거점, 내 감정 지키기, 예측 가능한 수입
브랜딩
배달
상하차
사업 실패
퇴사
우울증
여행
음악
드라이빙
시간의 자율성
내 활동 거점
내 감정 지키기
예측 가능한 수입
가장 오래 해 온 일을 팔기로 했습니다
이제 여기서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벌지 생각해야 합니다. 행복이 1순위였다면 좋아하는 것에서 골랐을 텐데, 저에게는 당장 생존이 우선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잘 팔릴 확률이 가장 높은 쪽은 대개 경험한 것입니다. 직접 해 봤고, 그걸로 이미 돈을 벌어 봤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오래 해 온 일, 콘텐츠를 팔기로 했습니다.
콘텐츠를 판다면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대신 만들어 주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파는 것입니다. 대신 만드는 일은 회사에서 많이 해 봤으니, 이번에는 저에게 중요한 것을 챙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바탕이 된 영상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팔기로 했습니다. 표에서 ‘눈치 보지 않기’와 ‘내 감정 지키기’를 함께 연결한 것입니다.
퇴사하면서 시간의 자율성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 가지 않아서 얻는 가장 큰 이점이니 활용해야겠지요. 이 조건들을 만족하면서 팔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강의, 전자책, 컨설팅, 1:1 레슨이 있었는데, 저는 소규모 레슨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프리랜서와 사업의 차이는 공간에 있었습니다
경험과 경력은 있어도, 제가 정말 누군가를 가르칠 실력이 있는지는 먼저 확인해 봐야 했습니다. 몇 번 진행해 보니 다행히 팔린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하지는 못했습니다.
시간당 수익은 꽤 높았지만 고정된 공간이 없다 보니 매번 이동하고 스터디룸을 예약하느라 앞뒤로 날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플랫폼에서 계속 견적을 보내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해 봐야 결국 프리랜서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가 아니라 사업으로 바꾸려면 무엇이 달라야 할까요. 저는 결정적인 차이가 공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 과외와 학원의 차이처럼, 영업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느냐입니다. 그런데 망한 저에게 보증금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힌트는 배달하다가 얻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뜻밖의 곳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한 동네에서 1년만 배달해도 주변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한 번씩 다 가 보게 됩니다. 저도 송도 안에서만 배달하다 보니 안 가 본 곳이 없었습니다.
그 전에는 집에서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기껏해야 아파트 1층 어린이집이나 온라인 커머스 정도를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업종이 엄청나게 다양했습니다. 공부방, 과외, 심리 상담, 국제결혼, 무역, 필라테스까지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 집에서 저걸 하고 있지?’ 궁금해서 건축과, 관리사무소, 구청, 교육청에 전화해 신고, 허가, 업종까지 무엇이 필요한지 싹 찾아봤습니다. 처음에는 개인과외교습자로 등록해야 하나 했는데, 성인 10명 미만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은 업종만 추가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집을 사무실 겸 거점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지금의 오피스텔로 이사했습니다. 혼자 살기엔 넓은 방 세 칸짜리입니다. 짐이 얼마 없으니 저는 방 한 칸에서만 생활하고, 거실과 나머지 공간을 콘텐츠 레슨과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사무실로 쓰기로 계획했습니다.
당연히 월세는 그만큼 더 나가지만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40만 원짜리 월세방에 있을 때는 없던, 공간이라는 레버리지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여기서 좀 더 정기적으로 영업을 해 볼 수 있으니, 표에 있던 ‘내 활동 거점’이 하나 더 연결됐습니다.
게다가 주방이 있으니 제가 좋아하는 요리도 상품에 붙여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수강생분들과 간단히 식사하면서 음식 사진 찍는 법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저라는 상품의 차별점으로 하나씩 연결됩니다.
이렇게 하나씩 연결하다 보니 나를 파는 상품의 형태가 조금씩 윤곽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연습 상대는 구독자분들께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이 공간을 본격적인 강의용 스튜디오로 바꾸는 중입니다. 제 개인 짐은 방 한쪽에 몰아 원룸처럼 쓰고, 나머지는 수강생이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수기 위치를 바꾸고, 실내화와 신발장, 옷걸이를 두고, 강의용 모니터도 세워야 합니다.
사실 저는 학원이나 교습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경험이 없으면 연습해서 잘하면 됩니다. 그룹 레슨을 제대로 하려면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커리큘럼과 체계를 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습 상대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인들을 불러 볼까 했지만, 결과가 너무 뻔했습니다. 밥 먹다가 술자리가 될 게 분명했으니까요. 그래서 유튜브 멤버십 구독자분들을 우선으로 차례차례 초대해 원데이 클래스를 테스트해 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콘텐츠를 배우는 게 목적인 분들이니 그분들께도 공부가 되고, 저도 제대로 된 피드백을 쌓을 수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유튜브로 내 비즈니스를 만들면 이런 강점이 생깁니다. 저는 이게 제 나름의 프로세스 이코노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것을 팔기 전에 과정에 대한 콘텐츠를 파는 것입니다.
다만 ‘저 이런 거 하고 있어요’ 하고 진열만 하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를 파는 사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분께 뭐라도 도움이 될 콘텐츠를 만들고, 제가 만드는 상품을 구독자분들과 함께 테스트하고 검증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상품을 더 다듬을 수 있습니다.
곧 멤버십 구독자분들부터 한 분씩 모시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볼 계획입니다. 이곳을 구독자와 수강생분들이 편하게 와서 콘텐츠를 공부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나면, 랜딩 페이지를 만들어 송도에 오프라인 광고도 해 볼 생각입니다. 물티슈에 QR 코드를 넣어 나눠 드리거나, 주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단지 광고를 넣는 식으로요. 생각만 해도 벌써 설렙니다.
완성되고 나면 채널이 가장 강한 영업 채널이 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걸 완성해서 광고를 하면 누군가는 QR 코드를 찍고 랜딩 페이지로 오거나 검색을 해 볼 것입니다. 그때 그곳에 경력과 출신 같은 프로필만 적혀 있는 것과, 채널에서 저를 파는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 주는 것은 신뢰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당장은 콘텐츠를 만들고 살아남는 과정을 나누면서 채널을 키우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하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상품과 영업장, 말하자면 ‘실제로 나를 판매하는 상점’이 완성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이 채널 자체가 무엇보다 강한 영업 채널이 될 것입니다. 이보다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또 있을까요.
저는 이것이 혼자 나를 파는 1인사업이 비즈니스와 콘텐츠를 양쪽에서 함께 끌고 가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크리에이터지만 한쪽에서는 ‘나를 파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과정은 콘텐츠가 됩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완성되면 두 가지가 서로 시너지를 만듭니다.
지금 당장, 나한테 있는 것부터 꺼내 보세요
물론 이렇게 준비해서 문을 연다고 잘될지, 성공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걸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한테 있는 것을 다 꺼내 놓고, 연결해서, 뭐라도 팔아 보려고 시도하는 것뿐입니다.
사람 앞일은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지금 당장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부터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경험, 사건, 좋아하는 것, 중요한 가치. 네 칸을 채우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26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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