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고의 생존일지

퇴사 후 유튜브 5개월 만에 바뀐 인생, 정말 다행이었던 세 가지

2026.05.03

퇴사 후 유튜브 5개월 만에 바뀐 인생, 정말 다행이었던 세 가지

유튜버가 되면 인생이 바뀔까요? 바뀐다면 그게 언제부터일까요? 구독자 10만 명, 100만 명쯤 되어야 할까요. 저도 그런 변화는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변화는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라 야금야금 찾아왔습니다. 고작 5개월 만에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한 달도 안 되어 천 분이 구독해 주셨습니다. 두 달째부터는 저를 필요로 하고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겼고, 석 달째부터는 새로운 일감이 하나둘 들어왔습니다. 다섯 달째인 지금은 실제로 제가 조금씩 팔리고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매출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채널이 하루아침에 떡상한 것도 아니고, 더 짧은 기간에 훨씬 잘된 분도 많을 것입니다.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거나 월 천을 번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저 제 속도대로 나를 팔아 돈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는 구조, 내가 직접 굴려서 키울 수 있는 작은 사업 모델을 만든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그래서 지난 5개월 동안 ‘이건 정말 다행이었다’ 싶었던 세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롱폼 24개, 구독자 4천 명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합니다

롱폼 24개, 구독자 4천 명으로 벌써 설레발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크게 성공한 프로 선수가 마라톤 뛰는 법을 알려 주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장에서 아무 운동화나 꺼내 신고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합니다.

이 글이 딱 그 정도, 제 5개월 치 유튜브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 덕분에 5개월 뒤 여러분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숫자로 된 목표를 세운 것이 첫 번째 다행이었습니다

다들 이루고 싶은 꿈이나 비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꿈은 대부분 멀리 있습니다. 오늘 영상 하나를 만들어 올린다고 해서 꿈에 다가가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방향이 맞는지, 얼마나 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꿈을 잘게 쪼갰습니다. 목표는 쪼갤수록 명확해집니다. 흔히 마일스톤이라고 부르는 단위로 나누는 것입니다. 부산에 가기로 마음먹고 차 시동을 걸었는데 기름이 없다면, 지금 당장의 1순위 목표는 부산까지 가는 길이 아니라 가까운 주유소까지 가는 길입니다.

꿈을 쪼개니 첫 목표는 월 100만 원이었습니다

꿈은 멀리 있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만 놓고 보면 제 목표는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받던 월급만큼을 혼자 버는 1인 사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출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야금야금 올라옵니다. 그래서 이 목표를 다시 몇 개로 쪼갰고, 그 첫 번째가 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마일스톤으로 쪼개기
멀리 있는 꿈도 쪼개면 오늘 갈 길이 보인다
꿈
멀리 있는 비전
맞는 방향인지, 얼마나 왔는지 알기 어렵다
가까운 목표
월급만큼 버는 1인 사업
회사에 다니지 않고 혼자 번다
첫 마일스톤
한 달에 100만 원
어떻게 벌지 계산할 수 있는 숫자
부산에 가려는데 기름이 없다면, 지금 찾을 길은 가까운 주유소까지의 길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돈을 벌고 싶다’와 ‘100만 원을 벌고 싶다’는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유튜브에 접근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막연히 돈을 벌려고 유튜브를 하면 ‘조회수 수익이 얼마쯤 나오겠지, 나중에 광고도 받겠지, 채널이 커지면 그쯤 벌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방향이 맞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100만 원을 어떻게 벌지 수식으로 써 봤습니다

반면 100만 원이라는 숫자를 정해 두면, 그 숫자를 기준으로 어떻게 벌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그 돈을 어떻게 벌지 수식부터 써 봤습니다.

(클릭률 × 전환율 × 마진) + (RPM × 환율 ÷ 1,000) = 조회수 1회당 가치

무서워 보이지만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문과지만 돈을 벌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같은 100만 원이라도 싼 것을 많은 사람에게 팔지, 비싼 것을 적은 사람에게 팔지에 따라 조회수 1회당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것입니다. 앞쪽 괄호가 상품에서 나오는 가치이고, 뒤쪽 괄호가 조회수 수익입니다.

상품이 하나도 없으면 앞쪽이 0이니 조회수 1회당 가치는 2.7원입니다. 100만 원을 벌려면 한 달에 37만 명에게 보여 줘야 합니다. 주제를 크게 잡고 모수가 넓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1만 원짜리 상품이 있고 클릭률과 전환율을 넉넉하게 5%씩 잡으면, 조회수 1회당 가치는 27.7원이 됩니다. 100만 원을 벌려면 3만 6천 명에게 보여 주면 됩니다. 대신 그만큼 뾰족하고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회수 1회당 가치
상품이 있으면, 필요한 조회수가 10분의 1로 준다
(클릭률 × 전환율 × 마진) + (RPM × 환율 ÷ 1,000) = 조회수 1회당 가치
상품 없음
1회당 2.7원
  • 월 100만 원 → 약 37만 명에게 보여야 한다
  • 큰 주제, 넓은 모수의 콘텐츠
1만 원 상품 · 클릭 5% · 전환 5%
1회당 27.7원
  • 월 100만 원 → 약 3만 6천 명이면 된다
  • 뾰족하고 설득력 있는 콘텐츠

물론 아무리 계산해 봤자 현실은 다릅니다. 무엇보다 조회수는 목표로 한다고 해서 의도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방향을 보면, 같은 100만 원이라도 만드는 방법이 다르니 어떤 변수에 집중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콘텐츠에 대한 접근 전략이 생깁니다. 목표가 하나 명확해지면, 그 돈을 어떻게 벌지 고민하는 과정이 콘텐츠의 방향을 잡아 줍니다.

목표에서 상품으로, 상품에서 유튜브로 이어졌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다행이었던 이유는, 숫자 목표에서 출발하니 선순환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얼마를 벌지 정하고 어떻게 벌지 궁리하다 보니, 상품이 무엇이라도 있으면 조회수당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목표를 이루려면 유튜브보다 매출을 만드는 구조를 먼저 생각해야 했고, 그렇다면 무엇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팔 수 있는 것을 쭉 찾아봤습니다.

잘생겼다면 얼굴을 팔았을 겁니다. 탈락. 공부를 잘했다면 학벌을 팔았을 겁니다. 탈락. 돈이 많았다면 성공을 팔았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탈락. 자존심과 양심만 빼면 무엇이든 팔 수 있습니다. 그러다 저는 20대 때부터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해 왔으니, 거기서 팔 것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상품의 방향을 잡고 나니 그것을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팔지가 다음 질문이 되었고,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 유튜브였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먼저 잡고 거기서부터 내려오다 보니 방향과 상품이 정해졌고, 그것을 팔 수단으로 유튜브를 하게 된 것입니다.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 상당수가 이 시작 단계에서 막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원래 고민이 많은 편이라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뜬구름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자, 숫자 목표에서 나머지 기획이 물 흐르듯 따라왔습니다.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고, 스물네 번째 영상까지 오게 됐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얼굴을 드러내기로 한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상품과 콘텐츠 전략까지 이어졌는데, 막상 유튜브를 하려고 하면 크게 부딪히는 선택지가 하나 남습니다. 주제나 꼭지만큼이나 많이 고민하는 부분, 바로 유튜브에서 내 얼굴을 드러낼 것인가입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다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달을 하다 보면 누군가 다가와 “단고님!” 하고 알아봐 주시는 일도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채널인데도 지금까지 네 번이나 있었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은데,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도 좋습니다.

드러내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저는 얼굴만 드러낸 것이 아니라 망해서 빚을 갚고 배달하는 이야기까지 다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소개팅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상대방이 제가 유튜브를 하는 걸 아는지 물었습니다. 돌싱이라는 것만 이야기했다고 해서, 제 채널을 알려 드리라고 했습니다. 10분쯤 뒤에 안 되겠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망한 것을 굳이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유튜브에서 내가 드러낸 모습이 그대로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구나 싶어 조금 씁쓸했습니다. 얼굴을 가리거나 AI를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얼굴을 드러내서 아쉬운 점은 고작 이것뿐이었습니다. 반면 나를 드러내고 나를 파는 이야기를 하며 얻는 장점은 훨씬 컸습니다.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설득은 논리보다 감성과 성품에서 나옵니다

첫 번째는 브랜딩 측면입니다. 브랜딩은 결국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해, 내 상품이 얼마나 믿고 쓸 만한지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회사가 브랜딩에 돈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도 사람들을 설득해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해서입니다. 개인 브랜딩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라는 상품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설득해야 팔립니다.

흔히 설득을 이루는 요소를 세 가지로 꼽습니다. 첫째는 논리(로고스)입니다. 하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고 말이 되는가입니다. 둘째는 감성(파토스)입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리는가입니다. 셋째는 성품(에토스)입니다. 이 사람이 믿을 만한가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자세, 옷차림, 목소리, 단어, 시선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재미있는 점은, 셋 가운데 설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논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똑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가 믿는 사람의 말, 처음 보는 사람의 말, AI의 말은 내용이 같아도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설득력을 높이려면 감성과 성품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얼굴을 숨기거나 AI가 말하게 하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덜 중요한 논리만 전달되고 끝납니다. 나를 숨기고서는 감성과 성품을 전할 방법이 없습니다. 똑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설득의 세 요소
얼굴을 숨기면, 가장 약한 하나만 전달된다
논리
로고스
말이 되는가, 그럴듯한가
숨겨도 전달된다
감성
파토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건드리는가
얼굴과 목소리로 전달된다
성품
에토스
자세 · 옷차림 · 목소리 · 시선
믿을 만한 사람인가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설득력은 감성과 성품에서 나온다

구독 전환율이 꾸준히 3%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득력은 전투력 측정기처럼 숫자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얼굴을 드러내면 무엇이 몇 퍼센트 달라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영상을 올리면서 구독 전환율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영상을 본 100명 중 몇 명이 구독을 눌렀는지로 제 메시지가 얼마나 설득력 있었는지 가늠합니다.

제 채널은 초반에 3%대가 나왔습니다. 조회수 30회당 한 분씩 구독해 주신 셈입니다. 비교 대상은 없지만 예상보다 높은 숫자라 초반에 운이 좋았던 줄 알았는데, 5개월 차인 지금도 3.3%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를 다 드러내고 제 이야기를 전하기로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기회가 넓어졌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인데, 생길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나를 파는 1인 사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내 시간과 노동을 파는 시스템이 온라인에서만 작동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오프라인과 연결하면 저라는 상품의 영역이 더 넓어집니다.

얼굴을 가렸다면 오프라인에서 무언가를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얼굴을 지켜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1인 사업을 만든다는 면에서는 제약이 컸을 것입니다.

실제로 유튜브를 시작한 뒤 오프라인에서 좋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의뢰나 외주도 있었고, 구독자분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이 저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배울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런 기회가 계속 생기다 보니 얼마 전에는 명함도 직접 그려서 만들었고, 저를 본격적으로 팔 수 있는 웹사이트도 틈틈이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독자분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나름의 MVP 상품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된 것도, 저를 드러낼 용기를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분들을 모셔서 밥을 대접할 생각을 하면 조금 설렙니다. 남에게 밥해 먹이는 걸 좋아하는 할머니 같은 성격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제 삶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입니다.

무엇보다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다행입니다

실제로 유튜브를 하고 나서 삶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마지막 세 번째는 유튜브를 시작한 것 그 자체입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생이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4천 명이 넘는 분이 구독해 주시고, 제가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저를 팔아 매출이 조금씩 생기면서, 곧 배달 나가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그 시간에 멤버십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배달을 그만두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망해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유튜브를 망설이고 있다면 꿈을 잘게 쪼개 첫 번째 숫자 목표부터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서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24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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