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방법
유튜브 주제가 없다면, 내 경험을 남의 문제로 번역하세요
2026.02.01

유튜브를 시작하기 어려운 분들께 이유를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뭘 찍을지 모르겠다”입니다. 주제와 콘텐츠가 막힌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주제, 바로 자기 자신을 먼저 다뤄 보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살아온 썰을 누가 봐 주나’ 하는 걱정이 들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냥 풀면 안 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로 ‘번역’하는 기술입니다. 예전에 레슨과 회사 직원 교육을 할 때도 똑같이 가르쳤던 방법입니다.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은 평행선입니다
내 경험,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의 기본값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남의 인생에 관심이 없으니까요. 그런 건 일기장에 써야 합니다. 그렇다고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면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바꾼다’는 것입니다. 콘텐츠로 삼을 경험이 없는 게 아니라, 바꾸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 말은 성질이 달라서 평행선처럼 따로 갑니다. 그냥 두면 접점이 생기지 않습니다. 만나게 하려면 어느 한쪽이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내가 제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내 경험을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로 번역해서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 경험을 번역하는 세 단계
제가 쓰는 순서는 세 가지입니다.
경험을 보편적인 문제로 바꿉니다
문제가 있는 경험을 찾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들도 한 번쯤 겪을 법한 보편적인 문제로 포장지를 바꾸라는 뜻입니다.
번아웃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 보겠습니다. ‘나는 회사에서 번아웃이 와서 퇴사했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것을 ‘회사에서 번아웃이 온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바꾸면, 그때부터 상대방의 문제로 다가가는 포장지가 됩니다.
내 경험을 해설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나면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됩니다. 앞 단계 덕분에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내 경험은 넋두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에 공감하며 해결하는 사례가 됩니다.
주의할 점은 보는 분들께 하소연하는 느낌이 아니라 옆에서 해설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경험을 이야기했으니 이제 ‘그래서 어쩌라고?’에 답할 차례입니다. 내가 이 영상을 만든 이유,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단계입니다.
세 단계를 이어 주는 실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세 단계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려면 이어 붙일 실이 필요한데, 그 실이 스토리텔링입니다. 지난 글에서 나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만드는 작법을 한 줄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나에게 어떤 결핍이 있었는데, 거기서 무엇을 느꼈고,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작법을 개별 콘텐츠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서론. 경험을 문제로 바꾸려면 결국 내 결핍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게 문제지요? 저에게도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내용이 초반에 나와야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콘텐츠를 봅니다.
- 본론. 그 문제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는지, 그래서 찾은 대안이 무엇인지 흐름에 맞춰 설명하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 됩니다.
- 결론. 이 채널에서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가져옵니다. ‘나도 같은 고민을 했고, 이렇게 해결해서 지금은 이렇게 하고 있다. 생각이 같다면 앞으로 같이 가 보자.’ 이 메시지는 매번 달라지면 안 됩니다. 채널의 일관성은 바로 여기서 생깁니다.
회사에서 화났던 썰을 콘텐츠로 바꿔 보겠습니다
개념으로 들으면 어렵지만 사례로 보면 생각보다 쉽습니다. 많은 분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경험으로 해 보겠습니다.
저도 몇 년 전 회사에서 말을 수시로 바꾸는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상사 때문에 매일 화가 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걸 유튜브에 ‘회사에서 화났던 썰’로 올리면 누가 볼까요. 일기장에나 써야 할 이야기입니다. 앞의 규칙을 적용하면 이렇게 바뀝니다.
- 오늘은 사회 초년생이 막무가내인 상사를 만났을 때 멘탈을 지키는 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도 나르시시즘이 심한 상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 매일 말을 바꾸니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참고 참다 우울증이 왔고, 저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효과가 있어서 습관으로 만들었더니 지금은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방법을 계속 쓰려고 합니다.
- 그러니 여러분도 혹시 그런 상사를 만났다면…
유튜브에서 익숙하게 보던 구조로 바뀐 게 보이실 것입니다. 똑같이 회사에서 화났던 이야기인데, 구조만 바꾸니 누군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됐습니다.
같은 경험도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콘텐츠가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지막 4번, 일부러 비워 둔 자리에 내가 이 콘텐츠를 만든 진짜 목적을 녹여야 합니다. 이 콘텐츠를 본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겠는지는 만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것을 마케팅 용어로 콜 투 액션, 줄여서 CTA라고 합니다.
- 법조계 유튜버라면 본론부터 ‘문제를 해결하면서 법적 대응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럴 땐 이렇게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풀며 신뢰도를 높일 것입니다.
- 심리상담사라면 ‘그런 사람 밑에 있으면 자존감이 다칠 수 있으니 이렇게 생각해 보라’고 하거나, 직장인 상담 클래스로 개선할 수 있으니 센터에 오라고 안내할 수 있습니다.
-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은 영상에 녹음기 구매 링크를 띄울 수도 있습니다.
영상에 함께 띄운다
같은 경험에서 같은 구조로 만들었는데도, 말하는 사람의 경험과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콘텐츠가 됩니다.
정리하면, 나를 주제로 하고 내 경험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문제로 번역한 다음, 내 경험을 예시로 들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1인 브랜딩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꼰대 소리를 듣기 시작한 30~40대에게 유리한 이유
이 방법이 특히 도움이 될 분들이 있습니다. 밖에서 슬슬 꼰대 소리를 듣기 시작한 30~40대입니다.
꼰대를 좋게 말하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주관과 스타일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조직에 있다 보면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보통은 말하지 못합니다. 목 끝까지 차올라도 미움받기 싫어서 삼킵니다.
유튜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진 경험이 다 소재라 할 말이 넘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회사에서 팀원들에게 했다면 누가 들었을까요. 완전히 꼰대 영포티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콘텐츠로 만들어 두면 알고리즘이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알아서 보여 줍니다.
같은 말이라도 묻지도 않았는데 하면 꼰대지만, 썸네일을 눌러 들어온 사람에게 하면 솔루션입니다. 이보다 좋은 윈윈이 있을까요.
경력이 없어도,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하지 말라는 거냐’, ‘대기업 커리어나 학위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경력과 경험을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경력은 무언가에 대한 증명이고, 경험은 살면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험이 없다는 건 지금까지 아무것도 느끼거나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럴 리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면 그것도 경험입니다.
‘내 경험은 너무 뻔하지 않을까, 진짜 전문가들이 비웃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하십니다. 저도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고민했습니다. 내 주제에 전문가라고 해도 되나, 더 전문가인 사람이 틀렸다고 지적하면 어떡하나.
막상 시작하고 나니 쓸데없는 고민이었습니다. 100% 정보만 이야기한다면 맞고 틀림의 여지가 있겠지만, 정보를 토대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내 사유입니다. 정답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런 경험에서 이걸 느끼고 배웠다며 판단을 위한 케이스를 하나 더해 주는 것입니다. 내 경험이니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업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뒷담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 영상을 필요로 하는 분들은 그분들이 아닙니다. 눈치 보느라 자기 가치를 썩히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자기 분야에서 겪은 경험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가치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찍을지, 촬영 기획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 이 글은 유튜브 〈김단고의 생존일지〉 11화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 다음 글: 유튜브 소재 고갈은 목적지에 깃발을 꽂으면 끝납니다 📘 내 경험을 남이 들을 수 있는 콘텐츠로 바꾸는 방법은 전자책 「내 이야기를 팔리게 만드는 콘텐츠 글쓰기 공식」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